[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부터 9일 조기 대선까지, 약 200일 동안 짧고 굵은 대선 정국에서 많은 인물이 화제에 올랐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며,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게 됐다.
문 대통령과 ‘본선 같은 경선’에서 자웅을 겨룬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수혜자로 꼽힌다. 비록 경선에선 패했지만 안 지사는 한 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이은 2위를 기록했고, 이 시장은 탄탄한 지지층을 형성하며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두 인사는 경선에서 문 대통령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지만, 경선 이후 공직자 신분임에도 배우자 등을 통해 문 대통령을 지원해 통합의 모습을 보여줬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최성 고양시장은 9일 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 대통령의 당선 연설에도 함께 참석해 축하 인사를 나눴다.
민주당 내 두 여걸 추미애 대표와 박영선 의원도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냈다. 추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부터 대선까지 정치력을 발휘해 ‘촛불 집회’ 민심을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결집시켰고, 제1야당을 집권여당의 반열에 올렸다.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서는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대위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에 대한 원죄도 일정 부분 극복했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경선에서 안 지사를 지지하며 문 대통령을 저격했지만, 문 대통령이 후보로 선출되자 고심 끝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통합에 일조했다. 이후 대중적 인지도와 선명성을 무기로 적극적 지원을 펼쳐 대선 승리를 견인했다. 추 대표와 박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로 꼽힌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큰 상처를 입었다. 지난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1월 금의환향 한 뒤 각종 논란과 거취를 두고 흔들리다 21일만에 돌연 불출마를 선언해 충격을 안겼다. 이후에도 바른정당을 중심으로 재출마 요구가 이어졌으나 결국 지난 4월 미국 하버드대 초빙교수로 활동하기 위해 출국하며 정치권과 선을 그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도 명성에 흠집이 났다. 김 전 대표는 지난 3월 친문(친문재인) 패권을 비판하며 민주당을 탈당한 뒤 4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일주일 만에 접었다. 4월 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제안한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을 수락하며 외곽 지원에 나섰지만 승패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최명길ㆍ이언주 의원이 함께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막판 환승’했지만 안 후보가 대선 3위에 머물러 결과적으로 아쉬운 선택이 됐다.
지난 2일 바른정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향한 권성동ㆍ김성태ㆍ장제원 의원 등 13인도 역풍을 맞은 경우다. 이들은 유승민 후보가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단일화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집단 탈당한 직후 따가운 비판 여론에 부딪혔고, 오히려 유 후보에 호재를 안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 후보는 이들의 일괄 입당을 지시했지만,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과 친박(친박근혜)계는 대선 이후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거취도 불분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