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지구온난화로 연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한반도의 생물서식 지도가 바뀌고 있다. 특히 열대과일 재배 지역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또 한반도 연안에서는 보이지 않던 대형 참다랑어(참치)가 제주도에서 잡히고 남방계열 잠자리류인 연분홍실잠자리가 지난해 서울에서 다수 발견됐다. 이 같은 생물서식 지도의 북상은 향후 생태계와 함께 먹을거리에 끼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1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전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아지면서 기존의 작물 재배지가 북상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작성한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지도를 보면 사과, 복숭아, 감귤, 녹차 등의 한계 재배지는 이미 많이 북상했다

(9면 메인)[기후변화의 역습]농작물 재배한계선도 지속 상승…북상하는 한반도의 생물서식지도

사과의 경우 대구, 경북에서 주로 생산되던 것이 경기도 파주와 포천, 연천 등 경기북부지역까지 넓어졌다. 제주 한라봉은 충북 충주로, 복숭아는 경북에서 경기ㆍ강원으로, 녹차는 전남 보성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올라갔다.

이로인해 재배가능지역 자체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사과는 지난 30년 동안 국토의 68.7%에서 재배 가능했지만 2020년대 36%, 2040년대 15.3%, 2050년대 10.5%로 줄어 2100년쯤에는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될 것으로 예측됐다. 강원도의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도 2010년 7449㏊에서 2020년 4516㏊, 2050년 256㏊으로 급감한 뒤 2090년에는 사라질 전망이다.

반면,국내 열대과일 생산이 늘고 재배지역도 충북까지 북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열대과일 재배면적은 106.6㏊, 재배 농가는 264호로 집계됐다. 106.6㏊(1.066㎢)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37% 규모다. 아직 재배 면적이 넓지는 않지만 재배면적과 농가수가 각각 전년(58㏊·174호)보다 83.7%, 51.7% 늘었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에는 전체 열대과일 재배농가(174호) 가운데 절반(86호·49%)이 제주 농가였으나 작년에는 제주 비율이 33.3%(88호)로 낮아졌다. 그러면서 경북(20.8%), 경남(15.2%), 전남(14.8%) 등에서도 열대과일 재배가 활발해지고 있다. 2014년 열대과일 재배 실적이 없었던 대구, 부산, 전북은 물론, 충남, 충북에도 2015년 신규 열대과일 농가가 등장했다.

열대나 아열대 과일·채소 재배면적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기후 변화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1911∼2010년) 국내 대도시 평균기온은 1.8도 상승했다. 세계평균 0.75도보다 그 폭이 훨씬 크다. 최근 10년(2001∼2010년)에는 0.5도 상승했다. 이런 추세라면 2100년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현재보다 5.7도 더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2020년 이후에는 남부 전체, 2070년에는 한반도 이남이 모두 아열대 기후를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또 생물 서식지도 바뀌고 있다. 몇 년전부터 대형 참다랑어 제주도에 출몰하고 난류성 어종인 멸치와 오징어 등이 제주와 남해를 넘어 서해와 강원도까지 올라왔다. 아울러 남방계열인 연분홍실잠자리, 하나잠자리 등도 서식지를 경기, 서울로까지 옮기고 있다.

정승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은 “농어업은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분야라는 점을 감안, 농어촌공사는 수리시설 설계기준 등 관련 규정을 기후변화 상황에 맞게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가뭄에 대비해 저수지의 물그릇 키우기, 홍수 대비 배수장 펌프용량 증대 등 ‘기후변화 대응 종합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