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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나들이 한강…그러나 ①] 한강공원 치맥금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이들 많은데 화장실 옆서 담배연기
- 금연구역 조례안 만들고도 지정 ‘미적’
- 치맥 금지 조례안엔 시민 다수 ‘반대’


[헤럴드경제=원호연ㆍ 임정요 기자] 봄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교외로 나가는 것도 좋지만 주말에도 집안일 등으로 바쁜 직장인들이나 아이가 있는 집은 가까운 공원만큼 나들이 장소로 적합한 곳도 찾기 어렵다. 그러나 한강시민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곳곳에서 나는 담배 냄새와 연기에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 ‘치맥’을 즐기는 시민은 많지만 과도한 음주와 쓰레기로 공원이 몸살을 앓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가 쾌적한 한강공원을 만들기 위해 여러 규제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시민들의 의견이 나뉘면서 실제 시행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날씨가 풀리자 한강공원 등에서 소풍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로 인한 불편도 늘고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한강공원을 포함한 공원 등을 금연구역과 음주 청정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이 심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치맥을 즐기는 시민들. 임정요 기자/kaylalim@heraldcorp.com

지난 26일 일요일을 맞아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유치원생인 딸 둘을 데리고 소풍을 나온 임진희(36)씨는 편의점 옆 화장실을 가려다 아이들 코를 막고 급히 다른 곳으로 피했다. 편의점 옆에서 몇몇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기 때문. 임 씨는 “가끔 흡연자들이 아이들이 있는데서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경우가 보이는데 그럴 땐 우리가 피해야지 별수 있겠나”고 했다.

가족 소풍을 위해 공원에 나왔다가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와 냄새 때문에 불쾌해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한강공원에 처음 나왔다는 직장인 정모(23)씨는 “한강이 너무 넓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담배를 마구 피우는 것 같다”며 “담배 꽁초가 조금 떨어져 있으면 여기서 피워도 되는구나 싶어서 그런 것 아니겠나”고 했다.

대학 동문들과 소풍을 나왔다는 박은우(25) 씨 역시 “잔디밭에도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고 카페 쪽에서는 어르신들이 다른 사람들 신경도 쓰지 않고 담배를 피우고 있다”며 “이럴 거면 차라리 흡연 부스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고 했다.

흡연자들도 할말은 많다. 전미경(48)씨는 “흡연 구역이 따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화장실 옆에서 피우거나 꽁초가 이미 떨어져 있는 곳에 가서 피운다”고 했다. 자전거로 운동을 하던 김민석(21)씨는 “나름 아이들을 피해서 화장실 뒷쪽 등에서 숨어서 피우고 있다”며 “흡연부스를 설치하면 거기서 피우지 않겠나”고 했다. 

날씨가 풀리자 한강공원 등에서 소풍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로 인한 불편도 늘고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한강공원을 포함한 공원 등을 금연구역과 음주 청정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이 심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치맥을 즐기는 시민들. 임정요 기자/kaylalim@heraldcorp.com

한강 시민공원에 흡연 부스가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서울시 의회가 지난 2012년 12월 한강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 서울시는 2012년 6월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시공원법상 모든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한강시민공원은 도시공원법이 아닌 하천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별도 조례를 만든 것.

조례개정안에 따르면 금연구역으로 설정된 공원에서흡연시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곳을 금연구역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흡연 부스를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실제로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한강공원은 선유도 공원 뿐. 당초 서울시는 여의도와 이촌한강시민공원으로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했으나 “트인 공간인 공원을 굳이 금연구역으로 설정해야 하느냐”는 흡연자들의 반발에 막혀 금연구역을 설정하지 못했다.

한강공원 내 음주도 논란 거리다. 서울시 의회는 지난해 6월 한강공원을 포함한 도시공원과 어린이놀이터 등을 ‘음주 청정지역’으로 지정하고 이곳에서 술을 마시면 과태료 10만원을 물도록 하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 조례안 역시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날씨가 풀리자 한강공원 등에서 소풍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로 인한 불편도 늘고 있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한강공원을 포함한 공원 등을 금연구역과 음주 청정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하지만 시민들의 반발이 심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6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치맥을 즐기는 시민들. 임정요 기자/kaylalim@heraldcorp.com

시민들은 “한강에서의 치맥(치킨과 맥주)의 여유도 포기해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이날 연인과 함께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치맥을 즐기던 정은정(30)씨는 “서울 사는 친구들의 ’한강에서 치맥’ 문화를 하도 자랑해서 수원에서 한번 즐겨 보려고 왔는데 그걸 못하게 하면 한강공원이 매력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면서 “뒷처리만 하면 되지 그걸 다 막아야 하나 싶다”고 했다.

권예빈(22) 씨 역시 “한강공원 치맥이 외국인들에겐 일종의 관광상품인데 밤 10시 전까지만 가능하게 시간을 제한하는 건 어떻겠나“고 보완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조례안을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 김구현 서울시의원 역시 “수퍼마켓에서 술을 사면 막상 마실데가 많지 않아 놀이터나 공원에서 먹는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인정하면서도 “아이들도 많이 나오는 공원 등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규제해야 하는 만큼 음주 청정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제재 규정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을 빼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익이 없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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