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빗속에도 꿇어앉아 쓰레기 줍는 시민들
- “촛불이 욕먹지 않기 위해 당연한 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촛불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 광장에 떨어진 쓰레기를 스스로 주워담는 모습은 촛불집회가 낳은 아름다운 광경이다. 촛불집회가 시작된지 5개월 차에 접어들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향방은 불투명해 지칠만도 하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시민 의식은 살아있다.
1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는 우비를 입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종종 걸음으로 귀갓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이날 서울 도심에는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길바닥은 흥건히 젖었다.
이 길 위에 무릎이 젖는 것도 잊은 채 엎드려 길바닥에 달라 붙은 유인물과 쓰레기를 맨손으로 줍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지 않게 눈에 띄었다. 취업 준비생 이세라(23)씨는 노란 리본을 맨 태극기를 손에 든 채 나머지 한 손으로 구정물에 젖은 종이들을 줍고 있었다. 태극기는 신촌에서 애국지사 이름을 맞추고 받았다고했다. 그는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어서 그동안 집회 참여 많이 못했지만 오늘은 그래도 3ㆍ1절인데 집에 있는 건 아닌 거 같아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참여를 많이 못한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싶었다”며 쓰레기를 줍는 이유에 대해 답했다. 최근 촛불집회에 대한 비난도 늘어나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오해받지 않을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는 게 그가 이야기하는 촛불시민 의식이다.
쏟아지는 비에 노구를 이끌고 쓰레기를 줍는 이도 있었다. 원래 남편이랑 오는데 아파서 혼자 왔다는 주부 김모(62)씨는 “오늘 집회 있는줄 몰랐는데 지나가다 집회를 하고 있길래 왔다”면서 “촛불시민들이 욕먹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집회 때 쓰레기가 많이 나와 힘들겠다는 질문에 그는 ”그래도 시민들이 매번 많이 줍지 않냐“며 “쓰레기가 많이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청소미화원 최건복(60) 씨는 “오늘 광화문 광장에 열다섯명 정도 나왔다”며 “규모에 비해 쓰레기는 별로 없는 편이다. 시민분들이 많이들 봉투에 넣어주셔 괜찮다”며 엄지를 지켜 들었다.
이날은 휴일인데다 쏟아지는 빗줄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20만여명의 촛불 시민이 집회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씨를 향해 “고생하십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촛불시민들이 외치는 인사소리가 빗줄기 사이에서 상쾌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