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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도 명절증후군…이런 설 어때요?
어지럼증·우울·불안등 명절전후 심해져
2주이상 지속땐 장애 위험…병원 찾아야
결혼·취업등 민감한 질문 삼가고 덕담만
게임·이야깃거리 준비 세대간 교류 도움


회사원 강모(35ㆍ여) 씨는 설을 코앞에 두고 머리가 자주 아프고 밤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3년 전 결혼한 남편과 맞벌이를 하는 강 씨는 설과 추석마다 지방에 있는 시댁까지 내려가 문화충격(?)을 받고 온다. 짐을 풀 겨를도 없이 설 차례상 차리는 일에 몰두해야만 했다. 그렇게 온갖 집안일을 하고 차례를 지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쉴 틈도 없이 다음날 출근해야 했다. 강 씨는 “명절이면 시댁에 미리 가서 음식 준비하느라 종일 뼈빠지게 일하고 명절 당일도 새벽부터 줄곧 일만 해야 하니 이제는 명절이 아예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국에 흩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한데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못다한 정을 나누는 설이 다가왔다. 즐거워야 할 설이건만 사람이 모이다 보니 형제 간, 고부 간, 며느리들 간 불협화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결혼, 취업 등 관심 섞인 질문도 받으면 부담이 된다.

이 같은 갈등과 고민이 쌓이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돼 스트레스성 반응의 하나인 명절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김지욱 교수는 “명절증후군은 과거 힘들었던 기억이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다가 명절이 다가오면서 이 같은 기억이 재현되면서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인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지럼증ㆍ소화불량ㆍ불면증 호소= 명절증후군의 신체 증상으로 어지럼증, 두통, 소화불량, 복통, 심장 두근거림,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 불안, 초조, 자극 과민성, 불면, 무기력감, 분노감, 식욕 부진, 집중력 저하 등의 정신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명절증후군은 심하게는 명절 전후 1주일, 보통은 2~3일 증상이 심해진 뒤 명절이 지나거나 가족간의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면 씻은 듯 사라진다. 하지만 관련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적응장애, 우울증, 신체형 장애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상담과 평가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명절증후군을 방치했다가는 자칫 큰 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를 내버려 두면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고, 시댁 등 친척들과 교류가 끊기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복통, 위장관 장애 등 신체 증상은 질환까지 진행되지는 않지만 만성화 가능성이 있으므로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서열 의식 강한 남성도 스트레스 받는다= 여성이 남성보다 명절증후군에 더 취약하다. 김 교수는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1.5배 정도 명절증후군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고 했다. 특히 명절 기간동안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도맡아 하는 주부의 스트레스가 특히 커 명절증후군에 가장 취약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주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가족의 이해와 협조가 중요하다”며 “집안일을 돕는 등 가사 부담을 나누는 것은 물론 (주부가)힘들어하는 이유를 정서적으로 공감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가부장적 문화로 인한 남녀의 차이, 가족 간 서열 때문에 나오는 갈등도 상호 이해를 통해 각자의 고통을 공감해 줌으로써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성에게도 명절증후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주로 장거리 운전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고부 간, 친척 간 갈등 사이에서 눈치를 보게 될 남성들도 고통을 받는다”며 “서열 의식과 경쟁심이 강한 남성의 특성에 가부장적 사고까지 더해지면 자신과 또래 형제, 친척 간 비교에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고 했다.

결혼ㆍ취업 대상인 젊은 층, 남편, 시부모 모두 명절증후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결혼이나 취업 대상자가 친척 중 있는 경우 관련 질문을 구체적으로 하지 말고 직설적 답변을 요구하지 말아야 하며 지나치게 사생활을 간섭하는 질문도 피해야 한다. 과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며느리의 명절을 준비하는 태도에 불만을 갖거나 속상해 하는 시부모의 고통도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명절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가족 구성원들은 긍정적 상호 교류를 통해 편안하게 같이 쉬고 즐겁게 보내는 자리로 명절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명절은 문제점을 거론하고 묵은 갈등을 한번에 해결하려고 모이는 자리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만약 해결해야 하는 가족 간 갈등이 있다면 다른 자리에서 지속적 교류를 통한 대화로 점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명절증후군 해소를 위해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윷놀이 등 게임 등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게임이나 공유할 수 있는 즐거운 화제를 준비해 가는 것이 좋으며, 적절한 선물 준비는 가족 간 유대감을 높이고 분위기를 화목하게 만들지만 부담으로 느껴지면 안되므로 형편에 맞춰 사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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