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롯데케미칼 아쉽다, 대한항공 아깝다.’

롯데, 한진 등 대한민국 대표 그룹사들이 그룹 총수의 검찰소환, 계열사 자금지원 등 악재에 허덕이며 시가총액이 급감하고 있는데도 홀로 빛을 발하는 계열사들이 있어 눈에 띈다.

내리막길에 선 그룹의 운명에 함께 휩쓸려 다소 ‘빛 바랜 영광’이 되고 있지만, 롯데케미칼, 대한항공 등은 각 그룹의 주력계열사로서 오르막길을 기대하며 고군분투하면서 그룹 전체의 시총을 처절하게 방어중이다.

시총으로 본 롯데ㆍ한진그룹株… 롯데케미칼ㆍ대한항공의 ‘빛 바랜 영광’

▶롯데케미칼 ‘아쉽다’=2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검찰에 소환된 가운데 롯데그룹주는 다시 한 번 출렁이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미 지난 19일 기준 롯데그룹 전 계열 그룹사 시총(우선주 포함)은 전년 말과 비교해 10.09% 급락했다. 25조8888억원에 달했던 시총은 23조2758억원으로 주저앉았고 그동안 허공에 날린 액수만 2조6130억원에 이르렀다.

각 종목별 시총을 보면 롯데칠성이 31.50%로 가장 낙폭이 컸고 롯데푸드가 31.09% 감소했다. 롯데칠성 우선주는 20.43% 빠졌다.

롯데제과와 롯데하이마트의 시총감소폭도 각각 마이너스(-)27.60%, -27.46%에 달했다.

이밖에 롯데쇼핑(-14.84%), 롯데손해보험(-13.52%), 롯데정밀화학(-7.87%) 등도 줄줄이 시총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시총을 방어한 것은 그룹대표주인 롯데케미칼이었다. 현대정보기술은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0.49%)도 극히 적은데다 증가폭(2.47%)도 높지 않아 그룹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이에 비해 롯데케미칼은 시총이 8조3461억원에서 9조5114억원으로 13.52% 증가했고, 그룹 내 시총비중도 32.24%에서 40.86%로 더욱 높아졌다.

롯데그룹으로서는 롯데케미칼의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Axiall) 인수 포기,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 무산 등 사업확장과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성과를 보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2분기 69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기록,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회복되는 시기인만큼 3분기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도 오너리스크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

삼성화학사업부를 인수한 롯데케미칼의 액시올 인수는 글로벌 12위권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할 기회였지만 “그룹이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으로 인해 지난 6월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시총으로 본 롯데ㆍ한진그룹株… 롯데케미칼ㆍ대한항공의 ‘빛 바랜 영광’

▶대한항공 ‘아깝다’=400억원의 사재출연을 결정한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 역시 한진해운 지원방안 결정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주가는 점점 바닥을 향하고 있다.

한진그룹 시총합계는 전년말 4조6070억원에서 4조2092억원으로 8.64%(3978억원) 감소했다.

종목별로는 한진해운의 시총이 65.34%가 날아갔고, 한진도 40.95%의 낙폭을 보였다.

그나마 그룹의 시총을 지지한 것은 55.72%의 비중을 차지하는 대한항공이었다. 대한항공의 시총은 2조177억원에서 2조3454억원으로 16.25% 늘면서 그룹의 대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진해운 리스크로 여러차례 주가조정을 받은 대한항공은 당초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의했으나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다른 방식의 자금지원 부담은 여전하다.

한진해운 지원만 없다면 하반기도 큰 폭의 실적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다른 계열사들과 엮여 신용등급 하락마저 우려해야 할 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진해운 신용위험의 계열 전이 가능성이 크게 완화되었지만, 기 체결 계약 등에 따른 추가적인 거액의 손실 인식 및 자금 유출로 인한 재무구조의 악화, 향후 항만, 운송사업에 미칠 영향, 평판리스크 상승 등의 부정적 요인들이 잔존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시총으로 본 롯데ㆍ한진그룹株… 롯데케미칼ㆍ대한항공의 ‘빛 바랜 영광’

▶그룹 살리는 한화테크윈, 그룹 애물단지 이마트=혈혈단신 그룹을 살리는 계열사가 있는 반면, 그룹의 애물단지인 계열사들도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테크윈은 그룹 내 다른 9개 종목들이 모두 2자릿수 낙폭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홀로 시총이 급증했다.

지난달 광복절 특사에 김승연 회장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오너의 부재가 더욱 아쉬운 한화그룹은 올해 그룹 시총이 8.96%(1조5525억원) 감소했다.

그러나 한화테크윈은 K-9 자주포의 폴란드 수출, 사업다각화 등 장기 성장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올 들어 시총이 73.84% 늘어났다.

이지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01%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장기 주력사업인 엔진이 아직 사업 성장 초기단계로 2030년까지 꾸준히 성장할 먹거리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총으로 본 롯데ㆍ한진그룹株… 롯데케미칼ㆍ대한항공의 ‘빛 바랜 영광’

반대로 그룹 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마트와 신세계는 신세계그룹의 시총상승을 방해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시총합계는 지난해말 9조7246억원에서 18.84% 감소한 7조8923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시총 감소분 1조8323억원 중 9896억원(54.01%)이 이마트의 비중이다. 신세계도 4086억원이 줄어들며 22.30%를 차지했다. 두 종목은 시총이 각각 18.78%, 18.04% 줄었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이 스타필드하남의 개장을 직접 챙기며 그룹의 사활을 걸었고, 높은 관심 속에 문을 열었으나 개장 초기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