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비진학률 23%서 29%로 비싼 등록금도 큰 부담
대학 진학 대신 이른 취업을 선택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매학기 수백만원 씩 등록금을 내고도 취업난에 시달리느니 기술을 배우거나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겠다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2015년 12월 발간한 ‘대학비진학 청소년 역량개발 정책사업 추진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23%였던 전체 대학 비진학률은 2015년 29%로 증가했다.
보고서는 “2008년 외환위기 이후 대졸 청년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점수에 맞춰 애매한 위치의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등록금이라는 비용만 치를 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팽배해졌다”며 비진학률 상승 요인을 분석했다.
실제로 연구진이 한국교육고용패널데이터(KEEP)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잠재적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청소년의 가정의 평균 소득은 2790만원으로,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청소년의 가구소득 3200만원보다 25% 적었다. 이들 가구의 자산 규모 역시 34% 정도가 하위집단에 속했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김지훈(가명) 군은 심층 면접에서 “집이 그렇게 잘사는 것도 아니고 2살 터울의 동생이 예체능을 해 돈이 많이 드는데 내가 대학을 가면 집이 좀 많이 어려워질 것 같아 대학을 포기했다”고 했다.
이들에게 대학 간판은 ‘스펙’이기보다는 ‘부담’이었다. 졸업생 박민국(가명) 군은 “제 등급으로 대학가봐야 고졸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지방대는 이력서 넣어봐야 바로 버려진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 돈 주고 가기에는 너무 아까웠다”고 했다.
이들은 공무원 시험을 대학 진학보다 매력적으로 여기기도 했다. 대학 대신 안정적인 공무원에 취직하라는 어머니의 권유를 받아들였다는 이은지(가명) 양은 “고졸이라도 일단 공무원은 들어가면 학력은 상관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 대신 택한 일자리는 이들에게 경제적 풍요를 보장하지 않았다. 일반고 출신 비진학자의 경우 졸업 이후 취업률이 10% 가량에 불과했다. 비진학 청소년 중 46.67%가 졸업 후 6개월이 지나도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었다. 취업한 이들 역시 70%가량은 4대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불안한 일자리를 갖고 있었다.
보고서는 “비진학 청소년 중 16%가량만이 직업교육을 받아봤다”며 “직업 심리검사와 직업체험 등의 맛보기식 프로그램 대신 진로 변경 전입학제와 실무 참여식 직업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