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문서 세계유산 등재 ‘설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를 두고 중국과 일본간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일본이 중국 난징(南京)대학살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한 유네스코에 대해 분담금 지원을 시사하자, 중국이 이를 맹비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베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는 지난 1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중국의 양제츠 국무위원을 만나 난징 대학살 자료를 세계 기록유산으로 신청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이에 양 국무위원은 “역사를 제대로 인정하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2차 세계대전에 관한 것은 이미 국제적으로 정설이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바로 이날 일본여당 자민당의 외교부회 등은 난징대학살 자료의 유네스코 등재 철회와 심사제도 재검토를 촉구하고, 일본의 요구가 좌절될 시 출연금 지급을 중단하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3일 유네스코 지원 중단 검토 사실을 공식 시인했다.

중국은 관영언론을 통해 즉각 반발했다.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은 “일본이 중국을 향해 휘두르는 추악한 폭력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화하경위망(夏)은 칼럼에서 “돈이 역사와 사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면서 “누가 더 정의롭다고 생각하는지 돌이켜봐라”고 격분했다. 이어 “일본이 돈을 무기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평가했다.

15일 러시아 정부는 일본의 시베리아 억류사건 기록의 유네스코 등재 반대입장을 공식 발표하고, 분담금을 빌미로 국제기구를 움직이려는 일본의 행보를 비난했다. 그레고리 오르조니키제 러시아 유네스코위원회 위원장은 일본이 “유네스코에 정치 문제를 들였다”며 “판도라 상자를 연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편 일본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松浦晃一) 유네스코 전 사무총장은 “분담금 지급 중단은 세계유산과 무형문화유산을 포함한 유네스코 활동 전체로부터 철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