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비밀주의의 결과…국정 개입 여부 세간 관심집중…경제활성화 등 국정운영 발목 우려
분명 ‘뜨거운 남자’다. 지난달 28일 이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줄곧 상위권을 내달리는 이름 정윤회(59)다. ‘박근혜의 남자’, ‘비선(秘線) 실세’ 등 그에게 붙은 수식어는 의뭉스럽기까지하다. 이 이름 석자가 언론에 등장한 건 올해만 어림잡아 세번째다. 그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도(3월)가 나온 게 첫째이고, 이후엔 세월호 참사 당일(4월 16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된 보도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엔 파장이 메가톤급이다. 세계일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靑(청)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란 문건을 공개해서다. 청와대 분위기는 벌집쑤셔 놓은 듯하고, 야권은 이미 ‘정윤회 게이트’로 이름 붙여 정치 쟁점화에 나섰다. 청와대와 여권은 이 문건이 어떻게 외부에 유출됐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1일 본격 시작된 검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ㆍ청ㆍ정(黨ㆍ靑ㆍ鄭) 3자는 문건 내용의 진위에 대해 사실이 아닌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수준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이들 3자와 다르다. 문건에 나온대로 정 씨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전ㆍ현직 청와대 비서관 10명과 국정에 실제로 개입했느냐를 핵심으로 본다. 정윤회라는 이름이 박근혜 대통령과 깊게 연결돼 있어서다.
정 씨는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1998년, 입법보좌관으로 교류를 시작한 걸로 알려져 있다. 정 씨가 고 최태민 목사의 5녀인 최순실 씨와 1995년 결혼을 했고, 이게 박 대통령과 연결되는 끈이었던 걸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최 목사와 두터운 친분을 갖고 있었다.
정 씨는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정 씨에 대해 “최태민 목사의 사위인 건 처음부터 알았다. 능력이 있는 분이기에 나중에 당선되면 쓸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 검증청문회 때 한 답변이다.
청와대 의지, 정윤회 씨의 부인과 상관없이 정 씨와 박지만 회장간 권력다툼도 정설처럼 굳어질 판이다.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선 복장이 터질 일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비밀주의가 이런 사단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검찰조사와 오는 15일로 예정된 재판(산케이 전 지국장의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의 증인 출석을 앞둔 ‘그림자’ 정 씨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박 대통령에겐 후환이 될 수 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