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보수성향의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이 과거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sex slaves)로 표현한 것을 사과한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려는 고도전술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의회조사국(CRS) 선임연구원 출신인 래리 닉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과 미 하원 전문위원을 지낸 데니스 핼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연구원, 민디 코틀러 아시아 폴리시 포인트 소장 등은 이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닉쉬 연구원은 “요미우리의 사과는 고노(河野)담화를 무너뜨리기 위해 일본내 역사 수정주의자들이 이용하고 있는 최신 전술의 하나”라며 “위안부를 강압적으로 동원했다는 정의를 ‘집을 부수고 들어가 여성을 잡아오는 행위’로 좁히려는 것으로 아베 총리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일본군과 경찰이 집을 부수고 들어가 여자들을 잡아온 적이 없기 때문에 ‘강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위안소에 끌려가 오랜 기간 강간을 당했다는 중국과 필리핀, 네덜란드 여성들의 광범위한 증언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또 “일본강점기 때 복역했던 한 병사는 부모들의 뜻에 반해 270명의 인도네시아 여자들을 잡아갔다고 증언했다”면서 “1993년 발표된 고노담화는 위안부 모집과 이송, 관리를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강압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핼핀 연구원은 “일본의 주요 신문과 정치인들이 2차대전 당시 ‘추축국’(독일ㆍ이탈리아ㆍ일본)의 반인륜범죄를 부인함으로써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되어가고 있어 슬프다”고 개탄했다.
그는 “독일 나치와 이탈리아 파시스트와 공모했던 일제의 범죄는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일본의 거듭되는 역사부정은 일본을 위대하거나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라 작은 나라처럼 보이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코틀러 소장은 “요미우리 신문의 사설은 마치 정치적 성명같다”면서 ‘잘못된 신조를 전파하고 조잡한 연구를 하며 사실보도보다는 이념보도를 하고 있는데 대해 요미우리 편집인들은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요미우리 신문과 아베 총리,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인들은 과거 일제 때의 낡고 편협한 사고에 갇혀 있다”며 “이들은 현대 사회학과 역사기록학, 그리고 심리학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달 28일 1992년부터 2013년까지 모두 85개 기사에서 ‘성노예’나 이와 유사한 표현이 사용했다며 위안부 여성들이 강제 동원됐다는 의미를 담은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한 일이었다고 해명하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