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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 돌아온 승부사…한화 김승연 회장의 ‘역발상 경영’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한화그룹이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 삼성 4개 계열사를 사들인 대형 인수ㆍ합병(M&A) 뒤에는 김승연 회장의 ‘역발상’ 경영이 있었다. 회사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규모 M&A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김 회장이 그룹을 키워온 독특한 경영방식이다.

자산규모 37조원, 재계 10위인 한화그룹은 석유화학, 방산, 호텔 레저, 금융 분야의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업계 1위 계열사는 사실상 전무했다. 게다가 한화그룹의 핵심사업부문인 석유화학은 글로벌 경기불황과 중국 자급률 확대, 공급 과잉으로 시장상황이 갈수록 악화돼 왔다. 방산사업도 사업특성상 정부 규제가 많고, 국내 시장수요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김 회장은 올 들어 한화L&C의 건자재부문과 제약회사 드림파마 등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등 주력사업에 집중해 체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검찰 수사 이후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각종 매각과 M&A는 막후에서 조언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 서부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은 핵심사업인 석유화학과 방산 부문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수치상으로도 지난해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증가해 이 부문 국내 1위 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석유화학산업에서도 매출규모가 18조원에 육박해 17조5000억원 규모인 LG화학을 제치고 1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 특히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 생산규모는 총 291만t으로 늘어나 세계 9위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그룹의 전체 자산규모는 50조원으로 재계 9위로 도약했다.

한화그룹은 특히 헬기 엔진과 로봇 기술을 가진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자사가 취약한 미래형 무기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석유화학사업은 기존 에틸렌 중심의 제품군이 폴리프로필렌, 파라자일렌, 스티렌모노머 등으로 넓어져 앞으로 석유화학 경기 변동에 더욱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타고난 ‘승부사’로 알려진 김 회장은 M&A을 통해 그룹 덩치를 키워왔다. 1982년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 인수가 시발탄이다. 당시 제2차 석유파동으로 세계 화학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었지만 김 회장은 취임 1년만에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를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1980년 7300억원 규모였던 한화그룹 매출은 1984년 2조1500억원으로 불어났다. IMF 이후에도 동양백화점(한화타임월드), 대우전자 방산부문((주)한화 구미공장), 신동아화재해상보험(한화손해보험), 대한생명(한화생명)을 차례로 인수해 대내외적 위기를 오히려 성장 발판으로 삼았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이번 승부수가 또한번 그룹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 추격 등 악재가 가득한 석유화학 산업에서 단기간 내에 시너지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분분하다. 재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도모하고 삼성토탈 및 석유화학 부문과 시너지효과를 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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