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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시회입니까?”
-올 해 3회 맞은 국가기반산업대전…해외 바이어는 없고 견학생ㆍ주민만

-수억원 들여 준비한 전시회…기업들 “불경기지만 정부 눈치 보느라”

-업종 특성 고려 부족…‘보여주기 식’ 전시회 지양해야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는 ‘2014 대한민국 국가기반산업대전’ 행사가 열렸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한국철강협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2010년부터 시작해 3회째를 맞았습니다. 올 해는 건설기계 업체들이 참여하는 ‘한국국제건설기계전’과 철강 및 비철금속 업체들이 참여하는 ‘국제철강 및 비철금속산업전’이 통합해서 열렸습니다.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행사에 국내외 총 380개 업체가 참가해 각 사의 주력 제품들을 전시하고 해외바이어들과 수출ㆍ구매상담을 할 수 있는 부대행사도 개최된다고 밝혔습니다. 관람객 규모는 5만여명으로 전망했습니다. 알려진 내용만 보면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기업이 자신들이 열심히 개발한 제품을 시연하고, 해외바이어들과의 만남을 통해 실질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전시회 현장에서 만난 기업들의 반응은 정부의 기대와는 사뭇 달라보였습니다. 전시회를 통해 실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은 거의 없었습니다. 대신 ‘정부가 주최하는 산업전시회’에 의미를 둔 기업이 많아보였습니다. “정부 눈치 보느라 나왔다”는 솔직한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시회에 참석한 철강, 비철금속, 건설기계는 ‘B2B’ 업종이라 오랜 기간 관계를 맺어온 파트너사들이 갖춰진 경우가 많습니다.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려고 해도 전시회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이나 설비 등 핵심 경쟁력을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는 것이 기업들의 이야기입니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 비철금속업체 관계자는 “이런 형태의 전시회는,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홍보나 마케팅 기회가 부족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미 고객층을 확보하고 자체적으로 마케팅도 잘하고 있는 대기업에게는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소비재도 아닌 B2B 업체에게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게다가 관람객 대다수도 해외바이어 등 업계 관계자보다는 학생, 인근 주민, 참여 기업 직원, 취재 나온 언론사 등이 대부분입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은 산업부의 예상 인원 5만명에 크게 못미치는 약 3만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업체 관계자는 “2010년 첫 회에는 군인들이 단체 동원되기도 했다. 그 때에 비교하면 좀 나아졌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한숨만 나온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시회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니다.

기업들은 적게는 2개월, 많게는 반년 이상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A철강사는 이번 전시회 준비를 위해 2~3개월 동안 약 30여명을 투입했고, 4일 동안 진행된 전시회 현장에 40여명의 직원을 배치했습니다. 업체들에 따르면 부스 1개(2.72평)당 대여 비용은 약 200만원입니다. A 철강사가 이번 전시회에 대여한 부스는 120개입니다. 투입된 인력, 부스 내부 인테리어, 관람객을 위한 각종 이벤트 준비 비용 등을 다 따지면 전체 비용은 수억원이 들어간 셈입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없습니다.

호황기 때는 큰 부담이 아닐수 있지만 요즘처럼 “아사 직전”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불경기인 때는 결코 적지않은 비용입니다. 이 때문에 올 해 전시회에는 일부 기업들이 회사 사정을 이유로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기업들 중에서도 예년보다 부스 규모를 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380여개의 기업들이 전시회에 참여한 것은 대한민국 철강, 비철, 건설기계산업의 저력을 보여주는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전시회 참가를 망설이던 B 강관업체는 이번 전시회에 중국 강관업체들이 대거 참가한다는 소식에 ‘중국에게 질 수 없다’며 중국 업체들의 부스가 밀집해있는 구역에 부스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협회 관계자는 “예년보다 행사 규모가 줄어든 것 같아 안타까웠는데 현장에 와서보니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참가해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더라”고 귀띔했습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런 노력에 대한 정부의 ‘화답’은 좀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등 업계 CEO들이 대거 참석한 개막식에 산업부는 최고위급으로 박청원 산업정책실장(1급)을 보냈습니다. 2010년 첫 회에는 안현호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 참석했지만 2회(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부터 실장급이 참가하고 있는 셈입니다.

업계는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CEO들이 실장급을 의전하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는 않았다. 정부가 주최한 행사인데 정작 참여 기업들을 배려하는 존중하는 모습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다음 번에는 참여 기업이 올 해보다 더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sjp10@heraldcorp.com

<사진설명> 지난 24~27일 나흘동안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국가기반산업대전’ 행사장의 모습. 24일 개막식에 참석한 철강, 비철금속, 건설기계 업계 CEO들과 산업부 관계자들이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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