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의 책임을 물어 미국과 유럽연합(EU)가 러시아에 대해 3차 제재에 나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금줄인 기업인과 올리가리히(신흥재벌)이 미국이 이르면 28일(현지시간) 발표할 3차 제재 명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푸틴에 대한 직접 제재 시 ‘핵위기’ 사태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푸틴 최측근 인사의 자금줄을 끊어 놓아 푸틴을 서서히 옥죄는 방식을 펴고 있다. 이참에 400억달러(41조6000억원)~700억달러(7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소문 난 푸틴의 은닉 재산이 파악될지도 관심을 끈다.

2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추가제재 명단에는 이고르 세친(54)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즈네프티 대표, 알렉세이 밀러(52)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대표, 블라디미르 야쿠닌(66) 러시아 철도공사(RZD) 대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거대 기업들의 수장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도 포함되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푸틴 대신 이너서클 ‘파워맨’ 옥죄기

이들은 푸틴과는 그가 199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인맥을 텄다. 세친 회장은 포르투갈어와 불어에 능통하고 1980년대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근무했다. 간첩활동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부터 푸틴 밑에서 일한 뒤 푸틴 내각에서 부총리 등 줄곧 중용됐고, 2012년 5월부터 로즈네프티를 맡고 있다. 밀러 회장은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시절에 친분을 쌓은 덕에 러시아 최대 기업이자 세계 최대 가스 생산업체의 수장에 올랐다. 야쿠닌 회장은 199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에 다차(별장)를 소유했으며, 그 주변으로 푸틴과 지난 2차 제재대상인 유리 코발축 방크로시야의 다차와 이웃하고 있었다. 2005년 RZD 회장에 오른 뒤 10년가까이 장수하고 있다.

과연 푸틴의 재산이 얼마일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달 크렘린이 공개한 푸틴의 연소득은 367만 루블(1억700만원)로, 크렘린 공직자 가운데서도 최저연봉이며, 푸틴이 신고한 재산도 자동차 3대, 23평 규모 아파트가 전부였다. 하지만 푸틴 은닉 재산은 서방과 러시아간의 오랜 논쟁꺼리다. NYT는 15년째 푸틴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 일각에선 미 행정부가 알고 있는 푸틴의 전체 추정 자산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입법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푸틴이 스위스의 에너지 트레이딩회사 군보르 그룹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유사 수르쿠트네프티가스와 가스프롬의 주식까지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다. 2007년 미국 중앙정보부(CIA)는 비공개 문건에서 당시 푸틴이 군보르, 가스프롬, 수르쿠트네프티가스를 지배하고 있으며 재산은 400억달러에 이른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에서 근무한 GE 경영진 중 한명이 야쿠닌 회장이 “푸틴에게 줄 상당한 현금을 만들었다”으며, 푸틴 재산은 “족히 100억달러(10조4000억원)를 넘는다”고 전했다는 외교가의 정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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