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어머니의 심정으로 하루속히 수습하겠습니다.”
최연혜(57)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은 9일 서울 용산구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어머니의 심정’으로 표현했다. 사과문을 읽어 내려가면서 ‘사랑하는 철도가족 여러분’, ‘사랑하는 직원 여러분’이라며 ‘사랑’이라는 표현도 두 차례나 썼다.
지난 10월2일 취임한 최 사장은 코레일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 주목받았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누구를 만나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 놓고 이해를 구하는 스타일로 통했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근무 중 사고로 재활치료중인 직원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서는 “교수 출신이시죠? 전 총장 출신인데...”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격이 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해 화제가 됐다.
최 사장은 전형적인 감성형 리더로 평가받지만 지금까지는 차갑고, 단호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줬다. 취임 1개월이 지난 후 노조와 임금협상에서 임금동결을 선언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코레일 노조는 58세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 사장은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누적부채 17조원을 넘고,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 코레일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임금동결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강성인 코레일 노조를 상대로 임금동결을 시도한 CEO는 없었다.
최 사장은 이번에 철도노조 파업이라는 대형 암초를 만나서도 이런 단호함을 보이고 있다.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노조 집행부와 파업 참가자 4356명 전원을 직위 해제하고, 노조 간부 143명과 해고 노동자 등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 194명을 경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최 사장이 이처럼 강하게 노조를 압박한 데에는 노조의 명분과 실리가 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조의 철도 민영화 주장과 임금 인상 모두 파업을 지속하기에는 미흡한 카드라고 보는 것이다.
최사장은 “수서발 KTX는 코레일 계열사로 확정되었고 지분의 민간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였기 때문에 이제 민영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민영화의 움직임이 있다면 제가 선로에 드러누워서라도 막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철도대학 교수와 코레일 부사장 경력을 지닌 최 사장이 ‘철도경영 전문가’로서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초강수를 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안팎에서 공기업 개혁 바람이 거센 시기에 맞춰 강도높은 개혁을 실현해 , 취임 초기 제기된 여성리더십에 대한 우려와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