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 경기 화성 유치원생을 유괴한 30대 남성이 조선족(중국동포)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족 전체를 매도하는 극단적인 주장이 넘쳐나고 있다. 조선족에 대한 ‘마녀사냥’이 도(度)를 넘어선 모습이다.

18일 인터넷 게시판ㆍ커뮤니티에서는 화성 유치원생 유괴 사건과 관련해 “보이스피싱에 묻지마 칼질에 어린이 유괴까지…앞으론 또 뭘 보여주실까”, “뉴스보는데 ‘동포’라는 단어를 쓰는데 귀에 거슬린다”, “인육(人肉) 먹으려고 납치한 것 아니냐?” 등 조롱ㆍ비하 글이 난무했다. 심지어 “우리도 스킨헤드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의 ‘KKK단’이 이런 취지로 생기지 않았나?”라는 글도 게재됐다.

일부 “모든 조선족을 싸잡아 욕하지 말자”는 글도 있었지만, 이는 곧장 “조선족이냐?” “반복되니까 조선족 전체를 묶음으로 까는 거고, 그건 당연한 것”, “조선족 이미지는 이미 시궁창” 등의 글에 묻혔다.

하지만 실제 조선족 범죄는 외국인 전체 범죄 가운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형사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펴낸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를 보면, 2011년 기준 10만명 당 외국인 범죄자 국적별 검거인원은 몽골(7064명)이 가장 많았고 미국(6756명), 캐나다(4124명), 러시아(3785명), 태국(3634명), 파키스탄(2995명), 우즈벡(2986명), 중국(2921명ㆍ조선족 포함) 등이 뒤를 이었다. 조선족이 포함된 중국인 범죄자 수는 전체 외국인 평균(2763명)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허을진 중국조선족대모임 대표는 “중국 내에서 자기 마음대로 살다가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넘어와 사고치는 경우가 있다”며, “범인이 조선족이라는 데 집중한 언론 보도 역시 조선족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건대 장기적출 괴담’, ‘베이비시터 영아 유괴 괴담’ 등 온라인 유언비어로 탈바꿈해 악순환하고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