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요? 그것도 많은 분들이 봐주셔야 논란이 되죠”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의 ‘착한 남자’ 배우 이정진의 대답이었다. ‘백년의 유산’은 극 초반 강한 소재인 ‘시월드’, ‘불륜’에 이어 극 중반 이후 ‘출생의 비밀’까지 소위 말하는 ‘막장’의 요소를 골고루 지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년의 유산’은 주말극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안방극장 전 연령층의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정진은 최근 드라마 종영 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본지와의 만남을 가졌다. 종영 후 그동안 미뤄놨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들 법도 하건만, 작품이 사랑을 받아서 인지 얼굴에는 생기와 여유가 넘쳤다.
“‘백년의 유산’은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젊은 층은 자극적이고 트렌디한 것을 좋아하는데, 초반의 내용들이 주요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감정 표현과 설명에 있어서 천천히 진행됐던 점은 어머니-아버지 세대에게 잘 맞았던 같아요. 감독님의 작전이 들어맞은 거죠.”
그는 일명 ‘막장 드라마’ 논란에 관해서 자신의 소신 있는 입장을 밝혔다.
“막장에 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해요. ‘본인은 좋은 사람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각기 다른 대답이 나오듯, 어찌 보면 드라마의 내용들도 하나의 시대 풍토를 반영한다고 생각해요. 논란 속에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거잖아요. 즉 ‘논란은 인기다’라고 생각해요.”
분위기를 바꿔 이정진에게 드라마 종영 후 소감을 물었다. 그는 극중 유진과의 러브신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독 ‘백년의 유산’에서 세윤과 채원은 러브신이 없었어요. 밥을 먹는다거나 카페 한 번을 안간 것 같아요. 물론 사귀기 전에 설렁탕 집에 간 거나, 회사에서 껍데기 집 간 게 다 인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작품 전체에 있어서 의도된 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잘 마무리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까 만족해요. 지금 아쉬워하고 후회할 일은 아니잖아요. (웃음)”
극중 세윤은 말 그대로 ‘예의 바른 청년’이다. 어른들은 물론 사랑하는 여자한테도 예의를 지키는 인물이다. 캐릭터 설정에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을까.
“세윤이라는 인물은 화를 내서도 안 되고, 참고 또 참으며 부드럽게 가야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낮추자’고 많이 요구하셨어요. 그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되요. 저희 드라마는 나이 많으신 분들도 시청하셨기 때문에 세윤이라는 인물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언 맨이나 배트맨이 어르신들한테는 어려울 수 있잖아요. 다시 생각해도 시청자 공략을 잘 한 것 같아요.”
이정진도 이제 세윤의 생활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또 이제는 자신에게 있어서도 인생의 배필을 생각할 때도 됐다.
“만약 제가 다음 달에 결혼한다고 해도 다들 누구랑 결혼하는지 궁금하지, 왜 하는지 궁금해 하시지는 않을 거에요. 결혼이라는 건 제가 준비가 돼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타이밍도 맞아야 하고. 일단 연애할 상대부터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이정진은 자신이 포장해서 표현할 능력이 안 된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상형으로는 자신을 변하게끔 할 수 있는 사람을 꼽았다. “외모를 안본다면 거짓말”이라는 솔직한 답변과 함께.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에요. 저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조그마한 변화라도 있지 않을까요? 스타커플도 능력만 된다면 괜찮아요.”
너무나도 솔직한 그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을 잡아주는 연기관에 대해 물었다. 그는 확고한 자신의 연기관과 함께 끝 인사를 남겼다.
“착한 역할, 나쁜 역할 등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그 순간에 진실한 배우가 되자는 게 제 목표에요. 보는 이들이 ‘정말 저럴 것 같아’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거죠. 제가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다음 작품이 최고 작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번 ‘백년의 유산’이 잘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 또 앞으로를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이정진과 대화를 나눠보니 아직 그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으로 이 배우가 보여주게 될 더 많은 모습에 기대를 걸어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