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지난 5년간 우유와 설탕, 계란 등 아이스크림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아이스크림 소비자 가격도 300∼400원씩 올랐다.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올해 우유 원유(原乳) 가격 협상에 나서자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은 원유 가격이 또 인상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3일 전문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6월 기준 설탕(1㎏) 가격은 2019년 1630원에서 올해 2330원으로 5년간 42.9% 올랐다.
같은 기간 우유(1L) 가격은 2540원에서 2970원으로 16.9% 올랐다. 계란(15개)은 5980원에서 8490원으로 42.0%, 물엿(1.2㎏)은 3250원에서 4680원으로 44.0%, 생수(2L)는 980원에서 1080원으로 10.2%, 버터(450g)는 1만3000원에서 1만1000원으로 6.8% 각각 상승했다.
이 단체는 물가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실제 지불하는 가격을 조사한다.
한국물가정보는 "최근 5년간 원재료뿐만 아니라 인건비와 가공비, 물류비 등이 모두 인상돼 아이스크림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아이스크림 일반 소매점 기준 가격은 5년 전보다 300∼400여원씩 올라 30∼40%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종합 포털인 참가격을 보면 6월 기준 롯데웰푸드의 월드콘 바닐라 평균 소매가격은 2019년 1101원에서 올해 1천517원으로 37.8% 올랐다.
빙그레 붕어싸만코는 같은 기간 1127원에서 1470원으로 30.4%, 부라보콘 화이트바닐라는 1121원에서 1559원으로 39.1% 각각 비싸졌다. 다만, 부라보콘은 2022년 용량이 늘었다.이 가격은 마트, 슈퍼마켓 등의 할인이 반영된 실제 판매가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이스크림은 권장소비자가격 1500원짜리를 700∼800원 '반값'에 팔거나 원플러스원(1+1), 투플러스원(2+1)에 판다"며 "판매처들이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고 할인율이 70∼80%까지 높아지다 보니 '정가'가 잘 통하지 않는 품목"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 가운데 설탕 지수를 보면 지난해 9월 162.7까지 치솟았다가 그해 12월 134.2까지 내렸고 올해는 등락을 반복해 지난 달 117.1에 머물고 있다. 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한 수치다.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팀장은 "이상 기후로 브라질과 인도, 태국 등 주요 설탕 생산국 생산량이 줄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낙농가 생산비 상승분을 고려해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점도 있어 올해 하반기 아이스크림 인상 소식이 다시 들려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낙동가와 유업계는 올해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이달 11일 시작했으며 이르면 8월 1일부터 L당 최대 26원까지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원윳값이 오르면 아이스크림은 물론 과자와 빵 등 우유가 들어가는 제품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촉발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가격을 L당 88원 올린 뒤 같은 달 롯데웰푸드는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올렸고, 빙그레도 메로나 가격을 17.2% 인상했다.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들은 올 하반기 가격 인상 계획이 당장 없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롯데웰푸드 측은 "원자재 가격 추이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반기 원유 가격 인상이 예상되나 당장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설탕·우유 등 원부자재 가격 변동 추이를 보고 있다"고 비슷한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