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후 24시간 내 재출국자, PCR 결과도 못 받는데 '받아라'
'자율지침' 악용한 병원들 “보호자 외출 30분에 PCR 1회”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A씨는 지난 16일 오전 8시 30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A씨는 바로 다음 날인 17일 오전 10시 45분 비행기로 다시 미국으로 출국하도록 돼 있었지만, 지난 7월 25일부터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한 사람에 대해 입국 1일차에 유전자증폭검사(PCR)를 받도록 한 규정에 따라 8만원의 본인 부담금을 지불하고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미국은 PCR 음성확인서를 요구하지도 않을 뿐더러 출국 전까지 PCR 검사결과가 나오지도 않지만, A씨는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설명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검사를 받았다.
#. 68세 B씨는 지난 16일 쓰러진 배우자인 C씨와 함께 응급차를 타고 가까운 종합병원인 서대문 S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선 보호자인 B씨도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검사를 요구했다. B씨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PCR을 받아 그 결과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병원에선 “외출한 지 30분 이상 지날 경우 재검사를 해야 한다”며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B씨는 결국 3만원을 내고 PCR을 받았지만, 다음 날까지 검사결과 문자가 오질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B씨가 병원 측에 그 이유를 문의했지만, 병원 측은 PCR이 아닌 신속항원검사(RAT)를 진행한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코로나19 6차 대유행이 정점으로 치닫으면서 하루 확진자가 20만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방역당국의 탁상행정으로 유전자증폭검사(PCR)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일부 종합병원에선 방역을 핑계 삼아 입원환자의 보호자를 상대로 과도한 신속항원검사(RAT) 비용을 청구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쓸데없지만, 받아라?=1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25일부터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한 사람에게 입국 1일차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입국 3일 이내에 PCR 검사를 받도록 했지만 재유행이 심각해지자 이를 다시 24시간 이내로 바꿨다. 문제는 A씨처럼 굳이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이들에게까지 PCR 검사를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제기되지만, 정작 예외규정은 만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조차 “현재 검역지침에 따르면 (PCR)을 받아야 한다”면서 “다만 미국 입국시 서류를 요구하고 있지 않아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입국시 PCR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국가는 미국 만이 아니다.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백신 접종증명서로 대체하거나 이조차 제출 의무를 폐지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백신 접종증명서만 내면 된다. A씨처럼 국내에 하루 남짓 체류하다 이들 국가로 재출국하는 적지 않은 이들이 쓸데없는 PCR 검사를 받고 있는 셈이다.
▶PCR은 돈벌이? 두 번 우는 환자들=서대문 S병원 사례는 제도를 악용해 발생하는 문제다. 당국은 지난 3월 8일부터 코로나19 의료기관 감염예방관리에 대한 지침을 바꿔, 각 기관이 규모나 입원환자수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자체 지침을 정하도록 했다. RAT 검사비용도 무증상자라면 병원이 정한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 확진자와 접촉했을 때에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 진료비 5000원만 낸다. 서대문 S병원의 지침이나 보험적용시 대비 6배 비싼 검사비도 위법은 아니란 설명이다.
다만 B씨는 “S병원은 원내 환자와 의료진 등의 감염 위험을 이유로 30분 이상 외출 시 PCR 재검사를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보호자 외출 관리가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며 “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를 상대로 ‘PCR 돈벌이’를 하고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철저한 원내 방역관리를 위해 지침을 만들고 시행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도 “단, RAT를 PCR로 안내한다거나 비용 고지 부분에 대해선 병원협회 등을 통해 다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