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외식 물가 상승률 6.6%…“피부로 느끼는 물가”
가공식품 등 재료비 상승에 거리두기 해제로 소비도 늘어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외식 물가가 외환위기 직후인 1988년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하기도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외식 물가는 농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재료비 인상이 누적되고 수요도 점차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오름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등으로 국제 곡물·식용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식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졌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4월 외식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6% 올랐다.
전월(6.6%)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갈비탕(12.1%)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이어 생선회(10.9%), 김밥(9.7%) 등의 순이었다. 어린이날 단골 메뉴인 피자(9.1%), 짜장면(9.1%), 치킨(9.0%), 돈가스(7.1%) 등도 물가 상승률이 높았다. 고기류의 작년 같은 달 대비 외식 물가 상승률은 소고기 8.4%, 돼지갈비 7.9%, 삼겹살 6.8% 등으로 집계됐다.
39개 조사 대상 외식 품목 가운데 햄버거(-1.5%)를 제외한 38개 품목의 물가가 올랐다. 햄버거는 주요 프랜차이즈의 할인 행사 때문에 일시적으로 물가가 내렸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8월 0.6% 수준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 등도 외식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비중은 전 세계 30%, 옥수수는 20%에 달한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따른 파종 면적 감소로 올해 곡물 수확량이 작년보다 2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만큼 곡물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전 세계 팜유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산 물량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결국 원재룟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외부 활동 증가와 보복 소비도 수요 쪽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밀·팜유 가격이 오르면 빵, 라면, 과자 등 식료품 가격이 오르고 이런 재료를 쓰는 외식 물가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비 인상도 외식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통계청은 배달 비중이 높은 매장은 배달비를 외식 가격에 포함해 조사하는데, 치킨·피자·짜장면 등 배달 비중이 높은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전체 외식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요와 공급 요인이 한꺼번에 외식 물가를 밀어 올리고 있다"며 "외식 물가는 그야말로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여서 서민들에게 고통이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