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패션부문 ‘구호플러스’
2535세대 온라인 중심 브랜드
더현대서울로 오프라인 확장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2층.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이곳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플러스가 지난달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패션 대기업에서 론칭한 25~35세 겨냥 온라인 채널 중심 브랜드가 백화점에 정식 매장을 열고 진출하는 건 구호플러스가 처음이다.
브랜드를 론칭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구호플러스가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 ‘세 가지 질문’이 있었다. 이 질문이 집요하도록 타깃에 특화된 머천다이징을 가능하게 했다. 차별화된 디자인 포인트도 이 질문에서 나온 고민의 흔적이다.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이런 건 너무 교과서 같은 말이죠. 저희 팀은 MD도, 디자이너도, 그리고 사내 품평회를 할 때도 좀 더 실질적으로 접근하려고 해요. 세 가지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이유죠.”
2018년부터 구호플러스 론칭을 기획해온 배윤신 구호플러스팀 팀장을 지난달 24일 만나 인터뷰했다. 그는 ‘미니멀하지만 차별적인 실루엣인가’, ‘원 포인트 디테일이 있는가’, ‘가격대에 살만한 품질인가’, 이 세 가지 질문을 등대 삼아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하고 점검하는 꼼꼼한 사업가였다. 그는 1시간 남짓한 인터뷰에서 ‘고객’ 단어를 스물다섯 번이나 언급할 만큼 즐겨 썼다. 배 팀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입사해 브랜드가 아닌 영업기획, CRM 분석, 전략기획 업무를 먼저 거친 잔뼈 굵은 베테랑이라는 점이 눈에 띄는 이유였다.
그는 우선 상품 출시 프로세스를 정교하게 쪼갰다. 새로 출시된 아이템의 판매 기준이 일정 수치를 넘기면 주력 제품으로 편입 시키고, 주력 제품의 리뷰가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색상과 소재, 또는 핏을 조금씩 변주하며 다음 시즌에 상품으로 내놓는 식이다. 고객 수요를 쪼개서 다변화하는 구호플러스의 전략은 적중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몰 SSF샵에 판매된 구호플러스 상품 리뷰에 ‘색상 별로 가지고 있어요’라는 고객 평이 유독 많은 이유다.
실제로 구호플러스의 ‘시그니처 배기 핏 데님 팬츠’는 첫 시즌 블루 컬러로만 출시됐다. 그런데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자 다음 시즌에 해당 제품의 색상을 그레이, 네이비로 발빠르게 확대했고 해당 제품은 무려 3400매가 넘게 팔렸다. 구호플러스만의 미니멀하면서 구조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인기 아이템 ‘시그니처 맥 트렌츠 코트’도 현재까지 무려 2500매가 판매됐다. 다른 패션 브랜드 대비 상품 가짓수가 40~50% 수준으로 적지만 고객의 리뷰 하나하나에 끈질기게 천착한 결과다.
배 팀장은 “고객들이 한 제품으로 시즌에 따라 ‘이렇게도 달리 입을 수 있구나’ 느끼도록 스타일링도 안내한다”라며 “배기 팬츠 같은 전략 아이템을 이번 시즌에 출시하면, 다음 시즌 룩북에도 해당 전략 아이템을 새로운 아이템과 다시 매칭해 룩북으로 선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구호플러스의 타깃 고객인 MZ세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MZ세대가 한 팀에 모였다는 점도 브랜드 급성장의 핵심 키다. 구호플러스 팀의 평균 나이는 34세다. 배 팀장은 “팀원들은 주로 80년대생 후반~90년대생 초반”이라며 “팀원 본인들이 브랜드 생산자이지만, 또 브랜드 소비자이기도 해서 그 누구보다 ‘일에 진심’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호플러스는 컨템포러리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유니크한 감성을 풀어낸 브랜드다. 젊은 고객과 온라인 채널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략적 판단하에 2019년 9월 출범했다. 구호플러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매출 신장률만 봐도 전년 대비 50% 성장했다. ‘노세일’ 정책을 유지했는데 인시즌 판매율이 80%를 상회한다. 배 팀장은 “SSF샵에서 전개하는 온라인과 더현대서울에서 경험하는 오프라인, 두 축을 중심으로 고객과 구호플러스만의 감성을 더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