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우려

“유치원·초등생 줄만 봐도 울음”

학부모 “다 걸려야 끝나나” 분통

전문가 “현 방식 뇌발달에 악영향”

교육부 “효과 있어 4월까지 지속”

교육부가 ‘등교 전 자가검사’를 오는 4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학부모 사이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감소세인 만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치원, 초등학생 등 아동들이 코에 면봉을 찔러넣는 현재의 자가검사 방식에 공포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등교 전 자가검사 방식이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유치원·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상당수가 현재의 등교 전 자가검사 정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등교 전 자가검사는 집에서 신속항원검사(자가검사키트)를 한 뒤 등교하도록 하는 교육부의 방역정책이다.

6세 딸과 12세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 정모(39) 씨는 “둘째가 검사를 할 때에는 온 식구가 달려들어 아이 팔다리를 붙잡고 진행해야 한다”며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를 하러 아이와 같이 갔는데,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줄을 선 것만 보고도 울음을 터뜨렸다”고 토로했다.

4세 아들을 키우는 또 다른 워킹맘 박모(41) 씨도 “혹시 감염될까 주말에는 어디 나가지 않고 꼭 집에만 있는다”며 “정책 변경으로 아이가 확진이라고 하더라도 미확진인 부모는 출근을 해야 하니 이제는 다 걸려야 끝나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모(45) 씨는 “아이가 자가검사를 너무 힘들어 하니 차라리 다 같이 확진이 되면 괜찮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완치자의 경우, 확진일로부터 45일 동안 등교 전 자가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학부모의 우려처럼 실제 현재 자가검사 방법이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신의진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유아기에 겪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아이들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불안하고 내향성이 강한 일부 아이들은 향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까지 겪을 수 있기 때문에 타액검사키트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달이 지연되면 지능도 떨어지고 분노조절 등 전 생애에 걸친 문제가 벌어질 수 있는데도 국가가 이를 예방할 대책 없이 자가검사나 마스크를 강제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코로나19가 감소세로 돌아간 만큼 등교 전 자가검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5만3980명으로 전주 대비 약 1만명 감소, 화요일 기준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주보다 확진자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지난주를 정점으로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등교 전 자가검사가 방역에 효과가 있는 만큼 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2~7일 등교 전 자가검사를 통해 확진자 16만명을 조기 발견할 수 있었다”며 “효과는 충분히 있다고 보는 만큼 우선 4월까지 지속하고 이후 연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4월 2주차까지는 현행과 같이 학생은 주 2회 등교 전 자가검사을 실시하고, 4월 3주차부터는 주 1회 실시할 예정이다. 자가검사는 권고지만, 많은 학교에서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강제’에 가깝다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는 자가검사를 지속하더라도 아동들과 학부모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정확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줄 정도로 과하게 찌를 필요가 없다”면서 “정부가 처음부터 정확한 자가검사 방법에 대해 충분히 안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5일 전체 확진자의 24.6%였던 만 18세 이하 확진자 비중은 일주일 만인 이날 0시 기준 29.2%로 증가했다. 다만, 만 9세 이하 누적 사망자는 8명, 위중증은 3명으로 치명률은 나이가 어릴수록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상우·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