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관련 제도 ‘손질’
투자자에 혜택…수급기반 강화
상속·증여 이중과세 부담 없애
대주주 일방적 M&A 수혜 제동
민주당과 접근 달라 법개정 난관
윤석열 당선인의 자본시장 공약 가운데 가장 핵심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완전 폐지다. 세 부담을 줄이려는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아 국내 증시의 수급을 뒷받침한다는 취지다.
대주주가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팔 때도 세금을 내야하는 이중과세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도 기대돼 지배구조 개편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인수합병(M&A)시 대주주의 이익독점을 막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은 지배구조 개편의 새로운 숙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 소액주주도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부터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주식 양도 수익을 낼 경우 20%, 연간 3억원 초과 수익을 낼 경우 25%의 양도세를 각각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행 주식양도세의 경우 보유지분율 기준 코스피 종목은 1%(코스닥은 2%)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 총액이 10억원 이상 대주주에게만 20~30%대의 세율로 부과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증시에 자금이 몰리고 투자가 활성화가 돼야 일반투자자도 수익 올릴 수 있다”며 증권양도세 폐지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개인 주식 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대주주 등에 대한 특혜 주장도 나온다. 삼성·현대차·CJ그룹 등 경영권 승계 작업가 이뤄지는 기업집단에는 세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 일가는 지난해 10월 2026년까지 납부해야 하는 12조원대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먼저 2조원 규모의 주식을 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식양도세가 폐지되면 수 천 억원의 세금을 낼 필요가 없게 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역시 상장을 연기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매각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상무 역시 CJ올리브영을 상장시킨 후 보유 지분을 처분한 자금을 토대로 CJ지주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상속·증여세 납부를 위해 주식을 팔면서 또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 ‘이중과세’ 부담을 없애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비상장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유지하자는 게 윤 당선인의 공약이다.
국민의힘 경제본부 관계자는 “(주식양도세 폐지로) 문제의 소지가 생길 경우 다른 방법을 통해 공정하게 과세가 이뤄지도록 보완하거나, 대주주 요건에 관한 공정하고 명확한 과세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5월 새 정부기 출범한 이후 내년도 세법 개정안(정부안)에 해당 공약 관련 내용을 담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후 필수적으로 여야 협치를 통한 국회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석 수(172석)가 과반이 넘는 만큼 윤 당선인의 공약이 당장 이행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반해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회사의 주식을 25%이상 취득할 경우 반드시 ‘40%+1주’를 공개매입하도록 한다는 공약은 기업이나 대주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파는 입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줄어들고, 사는 입장에서는 인수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양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