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등 성명...탈레반 협조 관건

“아프간 재건 할 것”...러·中 빠져

미국 등 98개국은 미군이 오는 31일 철군한 뒤에도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는 사람을 계속 수용하기로 했다. 또 이들이 안전하게 통행하도록 탈레반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들 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29일(현지시간) 내놓은 공동성명에서 자국으로 입국이 분명하다는 여행 문서를 가진 사람이 아프간에서 안전하게 출발할 수 있다는 보증을 탈레반에서 받았다고 했다. 영국·프랑스·독일·한국·일본 등이 98개국에 포함돼 있다.

이들 국가는 아울러 지정된 아프간인에게 여행 서류를 계속 발급하겠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최고 대외 협상 책임자인 셰르 모하마드 아바스 스타니크자이는 지난 27일 “탈레반은 20년 전쟁 동안 미국을 위해 일했는지 또는 국적과 관계없이 떠나는 걸 막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NYT는 이번 성명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빠졌다고 했다. 이들 국가는 탈레반의 아프간 재건을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날 성명은 탈레반이 합의를 어기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거론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해외 외조 등 국제사회가 이행을 강제하려고 사용하는 인센티브와 관련해 암묵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탈레반이 약속을 지킬지를 놓곤 우려의 시선이 엄존한다.

마이클 멀로이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우리가 추적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하는 것조차 겁을 내고 있다”며 “세계의 모든 초점이 탈레반에 맞춰지지 않을 땐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한 사람을 기소하고, 처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상 꽤 긴 시일이 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레반 측 스타니크자이의 발표엔 아프간 시민은 먼저 내부무에서 여권을 받은 뒤 출국하기 전 외국 정부에서 비자와 기타 여행 서류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NYT는 이게 몇 달이 소요되는 과정이고, 최악의 경우 누가 탈레반 통치 하에 살길 원치 않는지를 알리게 된다고 진단했다.

미군 철수 뒤 탈레반의 통제 하에 놓이는 카불 국제공항도 아프간을 떠나려는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군 철군 직후 공항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마 비합리적일 것”이라며 “비군사적 비행을 가능한 한 빨리 재개하기 위해, 일부는 나라를 떠나길 원하는 아프간인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관리들이 동맹국, 탈레반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이후 카불 국제공항을 통해 대피한 인원은 11만4400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엔 미국을 위해 일한 아프간인 수만명도 포함돼 있다고 추산된다고 NYT는 적었다. 미 국무부는 28일 현재 350명의 미국인이 대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