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 대가성 인정 발언 후 “늘 그렇게 한다” 쐐기
대가성(quid pro quo) 부인해온 트럼프 대통령에 뒤통수
EU주재 미국 대사 “줄리아니와 협력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실망”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보류 결정이 민주당에 대한 수사를 종용하기 위해 내려졌다고 17일(현지시간) 밝혔다. 그간 ‘우크라 의혹’을 놓고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멀베이니 대행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내게 과거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 관련 의혹을 언급했냐고? 물론이다,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그 돈(군사원조)을 보류했다”고 덧붙였다.
DNC서버 의혹은 지난 2016년 해킹으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이 공개된 것으로, 조사 결과 러시아 소행으로 결론이 내려져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힌 ‘러시아 스캔들’의 발단이 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조작이라고 주장했으며 최근 공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의 지난 7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DNC서버가 있다고 들었다”며 이를 조사해 줄 것을 요구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자신의 발언이 대가성(quid pro quo)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우리는 늘 외교정책을 그렇게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조사를 촉발한 우크라 의혹과 관련해 줄곧 아무런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해왔지만 최측근인 멀베이니 대행의 이날 발언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WSJ은 “군사원조와 조사 사이 연관성을 백악관이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충격적인 대가성 인정”이라고 전했다. 미 하원의 탄핵조사를 지휘하는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상황이 ‘아주 매우 나쁨’에서 ‘훨씬 더 많이 나쁨’이 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관들의 증언도 트럼프 대통령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하원 비공개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오기 전 준비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외교관들에게 자신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와 협력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지시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WSJ은 몇몇 외교관들은 하원 위원회에서 줄리아니가 ‘그림자 외교’를 수행하고 우크라 관련해 국무부와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배제하는데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