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안희정, 남북만남에도 언론 헤드라인 장식”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 too) 운동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나온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투 운동으로 정치스타가 추락했다’는 기사를 통해 “미투의 고발 대상은 대부분 영화, 연극 등 문화ㆍ예술계에서 나왔고, 주요 기업 및 정치 엘리트 등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며 “안희정은 첫 번째 정치인 됐다”고 전했다.
NYT는 안 전 지사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지만, 공보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몇 시간 만에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리고 충남지사 직에서도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의 몰락이 한국인들에게 특별히 큰 충격을 주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히 다뤘다.
NYT는 “안 전 지사는 1980년대 군부 독재정권하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학생 지도자로 경력을 쌓아온 정치인 중 한 명”이라며 “전 독재정권과 관련 있는 보수파 인물들과 비교할 때 스스로 더 높은 도덕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치인 사이에서도) 별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그 자리를 대신 할 최고의 후보자 중 한 명으로 꼽혔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 전 지사의 급속한 몰락은 한국 사회의 주요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며 “심지어 대북특사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남이 있었던 날에도 주요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 뉴스는 한국 사회가 안 전 지사의 배신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BBC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오는 반응을 인용해 “페이스북의 한 사용자는 ‘안 전 지사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이를 힘으로 바꾸었고, 힘을 사람을 통제하는데 사용했다’면서 충격을 드러냈다”며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에 천천히 이륙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많은 여성이 고발에 나서면서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투 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한국 사회에서는 남성이 여전히 최상위 권위를 장악하고 있으며, 여성이 학대와 편견에 취약해질 수 있는 계층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경제포럼(WEF) 기준 한국의 성평등지수는 전체 144개국 중 118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