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부장검사 수감

진경준이어 올 두번째

신뢰회복·재발방지 또 헛구호

자체 개혁안도 동력 잃을듯

잇달아 터져 나오는 현직 검사의 ‘스폰서 추문’이 검찰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고교 동창으로부터 수년간 5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형준(46ㆍ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가 29일 구속 수감되면서 검찰은 또 한번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넥슨으로부터 억대의 주식과 고급 승용차 등을 받은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현직 검사장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지 불과 두달 여만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모든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수용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이번 사건으로 검찰의 명예와 자긍심은 완전히 무너졌다”며 “검찰 수장으로서 죄송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진 전 검사장의 범죄사실과 거의 판박이에 가까운 혐의로 김 부장검사가 이날 구속되면서 검사들의 스폰서 관행은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재발방지를 약속한 장관과 검찰총장도 체면을 구겼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부장검사가 의혹이 제기된 후 보인 자세를 두고도 검찰 내부에서는 부끄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부장검사는 이번 스폰서 사실을 폭로한 동창 김모(46ㆍ구속기소) 씨가 검찰 수사를 받자 자신과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지우고 휴대전화를 바꾸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 인멸을 종용한 정황이 포착돼 증거인멸 교사 혐의가 추가됐다.

진 전 검사장 역시 주식 매입대금을 두고 계속 말을 바꿔 김 총장이 “국민을 상대로 여러번 거짓말한 데 대해서는 허탈을 넘어 수치심마저 들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2010년 ‘스폰서 검사’ 파문으로 검찰은 감찰본부를 만들고 특임검사제를 도입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지만 ‘그랜저 부장검사’, 김광준 전 부장검사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맥을 못췄다.

올해 진 전 검사장 뇌물 사건이 터지자 검찰은 ‘검찰 개혁 추진단’을 꾸리고 ‘법조비리 근절ㆍ내부 청렴 강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개혁안을 내놨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의 구속 수감으로 이같은 계획은 동력을 잃고 오히려 ‘셀프 개혁’이라는 비난만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구속된 김 부장검사의 비위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진 전 검사장이 김 총장의 건의로 해임된 것에 비춰 김 부장검사 역시 내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최대 해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