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판사 구속 등 관련 사법부 침통
-6일 법원장 회의서 윤리기준 강화 논의
-되돌이표 대책 벗고 실효성 있을지 주목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사법부는 침통한 가운데 법조비리 근절책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법부는 법조비리로 파문이 일 때마다 해법을 제시했으나, 대형 법조비리 사건이 끊임없이 재발하는 등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법원의 이번 대책이 실효성 있는 내용으로 채워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와 각급 법원은 6일 긴급 소집된 전국 법원장 회의를 앞두고 법관 감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등 재발 방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6일 열릴 법원장 회의에서는 법관에 대한 감사 기능 강화와 판사들의 외부인사 만남에 대한 윤리 기준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부가 ‘법조비리’에 대한 근절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7년 전관 변호사 이순호 씨가 법관들에게 ‘명절 떡값’ 명목으로 많게는 수백만원의 돈을 건넨 ‘의정부 법조비리’와 뒤이은 대전 법조비리(1999) 당시, 대법원은 ‘법관 윤리강령’을 전면 손봤다. ‘판사실에 사사롭게 변호사를 들여서는 안되며, 법관은 친분이 있는 변호사의 수임 사건을 회피해야 한다’는 등 내용을 강령에 포함했다.
법원과 검찰은 2006년 브로커 김홍수 씨로부터 현직 고법부장과 검사가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홍수 사건’ 이후, 비위 판검사징계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는 등 법관 감찰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다. 국회도 2011년 변호사법을 개정해 판검사가 퇴직 직전 근무한 법원이나 검찰청의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이 비리 법관에게 내릴 수 있던 최대 징계는 ‘정직 1년’, 변호사법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 처분에 그쳐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잇단 대책에도 지난해 사건 청탁 대가로 ‘명동 사채왕’의 억대 뒷돈을 받은 현직 판사가 구속됐다. 대법원은 법원 감사위원회를 출범시켜 대법원 소속 독립 기구로 두고 7명의 감사위원 중 6명을 외부 인사로 위촉해 법관 감사 과정을 관리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 6월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 정운호 씨를 둘러싼 구명로비 사건으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구속기소되자, 전화 변론 등 ‘법정 외 변론’의 금지를 명문화하고, 법관의 통화를 녹음해 부당한 전화 변론을 근절하겠다는 등 초강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 외부에서는 “윤리강령, 제도 개선 등 근절책이 줄을 잇지만, 비리에 대한 확실한 처벌과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법조비리가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법관 윤리강령을 대체로 준수하도록 하지만, 위반할 시 징계하도록 법률상 명시돼 있지는 않다”며 “법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브로커 단속, 변호사 단속과 동시에 법원과 검찰에서 비위 판검사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고 단속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개별 법조비리 사건에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야 결국 법조비리가 근절될 것”이라고 했다.
노종천 협성대 교수(법학박사)는 “지금까지 사법부가 내놓은 대책은 법조비리 사태를 잠재우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개인의 공직관과 윤리관을 확립하기 위해 판검사의 부정ㆍ비리에 대해 일반인보다 가중처벌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