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10세대 E-클래스 ‘더 뉴 E-클래스’는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각종 첨단 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데 방점을 둔 차 같았다. 디자인, 차체, 엔진 등 차의 기본적인 부분을 바꾸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겠지만 이번 신형 E-클래스는 작정한듯 자율주행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미디어 프리뷰에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사장도 “더 뉴 E클래스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완전 자율주행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왕산마리나 일대를 약 10㎞ 정도 가볍게 시승한 모델은 E 300으로 가솔린 모델이었다. 시승하면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 성능부터 시험했다.
스티어링 휠 왼편 작은 바를 통해 속도 제한 및 앞차와의 거리를 설정할 수 있었다. 기능이 활성화되면 디지털 계기반에 초록색 표시가 들어왔다. 우선 앞차와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조작 없이도 속도를 내고 서는 기능은 다른 ACC(어드밴스드크루즈컨트롤) 탑재 모델 수준 정도였다.
하지만 조금 다른 점은 코너에서도 이 기능이 켜져 있으면 스티어링 휠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회전 구간에서 스티어링 휠이 앞차를 따라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만은 없다. 이는 완전히 자율적으로 스티어링 휠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운전이 보다 쉽도록 조금씩 운전하며 보조하는 수준이었다. 대신 스티어링 휠만 조절하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알아서 작동됐다.
이번 더 뉴 E-클래스에서는 그동안 스티어링 휠의 버튼식 조작기능이 최초 터치컨트롤로 변경됐다. 스티어링 휠 양쪽에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터치컨트롤이 달려 있다. 좌측 터치로는 계기반 메뉴를 선택할 수 있고, 우측 터치로는 디스플레이 메뉴를 조작할 수 있다.
일단 예상했던 것보다 터치에 따른 인식이 정교했다. 운전 중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번갈아 터치를 해봤는데 원하는대로 화면이 넘어갔다. 그러나 터치하는 공간이 다소 좁았고 스티어링 휠을 잡고 터치하기에는 손가락에서 먼 느낌이 있어 불편했다. 버튼에 익숙해진 사용자라면 이 같은 방식을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더 뉴 E-클래스는 운전자 관여를 최소로 하고 스스로 주차하는 기능도 강화됐다. 그 중에서 T자형 후진은 물론 전진 주차도 이번에 최초로 도입됐다. 주차보조 버튼을 누르고 시속 35㎞ 이하로 운전하면 디스플레이에 주차 가능 공간이란 뜻으로 ‘P’자가 적힌 네모가 생긴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이 공간들이 디스플레이에서 하나 둘씩 사라지는데 그 전에 정차하고 센터 콘솔 컨트롤로 원하는 공간을 선택한 뒤 기어를 후진에 놓으면 이 때부터 차가 알아서 한다.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움직이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주차공간에 맞게 차를 배치시킨다. 이 때 가속페달을 실수로 밟더라도 차는 전진하지 않는다. 단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주차 기능은 꺼지게 된다.
T자 주차를 한 뒤 자동 출차 기능도 있다. 운전자가 좌우 중 한 방향을 선택하면 차는 방향대로 움직인다. 단, 전진으로 들어왔으면 들어온 길대로만 나갈 수 있다. 센서와 카메라가 주차한 길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차가 주차 공간에 조금 떨어져 갈 경우에는 카메라와 센서가 공간을 잘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디스플레이에 뜬 주차공간이 정확히 어디인지 단번에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아 충분한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이 같은 전자 센서 기술이 강화된 것 외에도 더 뉴 E-클래스는 이전보다 더 길어졌다. 휠베이스는 65㎜, 전장은 45㎜ 더 길어졌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앞자리 탑승자가 여유있게 앉아도 레그룸이 충분히 확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