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무제’ 홍콩경매서 최고가 경신 부인 김향안 환기재단·미술관 통해 작품 2000여점 ‘김환기 브랜드’ 관리 양자 김화영씨와 그림 소유권 소송 재단운영 둘러싸고 갈등도

48억6750만원(3300만홍콩달러).

또다시 기록이 바뀌었다. 서울옥션이 지난해 10월 홍콩경매에서 김환기(1913~1974) 1971년 전면점화( ‘19-Ⅶ-71 #209’, 253×202㎝)를 47억2000만원(3100만홍콩달러)에 낙찰시키며 한국 근ㆍ현대 작품 최고가를 기록한지 6개월만이다.

‘가장 비싼 화가’ 김환기…그 뒤엔 동반자 김향안 있었다

서울옥션은 지난 4일 열린 제18회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1970년작 전면점화( ‘무제’, 222×170.5㎝)를 48억6750만원에 낙찰시키며 기록을 갈아치우는데 성공했다. 작품은 아시아 컬렉터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비싼 그림’ 기록을 갈아치운 이튿날,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환기미술관(관장 박미정)은 고요했다. 환기미술관은 현재 김환기의 부인 김향안(본명 변동림ㆍ1916~2004)의 탄생 100주기를 기념한 전시를 진행중이다.

김환기를 ‘가장 비싸게 팔리는 한국 근ㆍ현대작가’로 만든 건 김향안의 몫이 크다. 1974년 김환기 타계 후 그의 예술세계를 정리하고자 1989년 환기재단을 설립하고, 이어 1992년 환기미술관을 만든 게 김향안이다. 미술계에선 김환기 작품 값이 뛸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재단과 미술관을 통해 ‘김환기 브랜드’를 철저하게 관리해왔기 때문”으로 꼽는다.

김환기 평전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쓴 이충렬 작가는 “김환기에 대한 김향안의 사랑과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내조는 김환기 예술을 꽃피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비싼 화가’ 김환기…그 뒤엔 동반자 김향안 있었다

환기미술관은 김환기 작품 상설전과 더불어 1년에 한번씩 특별 기획전 형태로 운영된다. 올해 기획전 테마는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는다’. 김향안 탄생 100주기를 맞아 미술관 설립목적을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된 기획전이다.

현재 환기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김환기 작품은 2000여점. 미술관에 따르면 보통 전시에서 120~150점 정도를 보여줬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드로잉을 포함 400여점을 내놨다.

특히 1970년대 전면점화라는 자신만의 추상적 조형언어를 완성한 것으로 일컬어지는 뉴욕시기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은 2점 소장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도 미술관 본관 2층과 3층에 두 작품을 전시했다. 각각 세로 250㎝, 290㎝에 달하는 대형 작품으로, 지난해 12월 현대화랑 ‘김환기전’에 걸렸던 작품(세로 232㎝)보다 더 큰 사이즈다.

환기미술관은 김향안이 구축한 ‘김환기 아카이브’의 결정체다. 작품은 물론, 김환기로부터 받았던 그림편지, 김환기가 사용하던 화구들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성북동 화실을 재현한 ‘수향산방’에는 김환기가 생전에 피고 남은 담배갑까지 그대로 보존돼 있을 정도다. 수향산방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써 있다. 김환기와 김환기의 작품에 대한 김향안의 애착이 엿보인다.

“내 영혼은 수화(樹話)의 영혼하고 같이 미술관을 지킬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살고 있는가. 수화의 영혼이 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소나무 두 그루가 미술관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부정한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나는 이러한 신념으로 살아왔고 빨리 나도 내 자리에 눕고 싶으나 좀 더 남은 사명 때문에 고역을 겪고 있다.” <김향안, 1983년>

그러나 ‘가장 비싼 그림’을 둘러싼 갈등도 있다. 재단 운영 및 그림 소유권에 관련된 갈등이다.

김향안은 김환기의 두번째 부인이다. 김향안은 1936년 천재 시인 이상과 결혼했으나 이듬해 4월 이상이 도쿄에서 사망한 뒤 1944년 김환기와 재혼했다. 당시 김환기는 세 딸을 두고 있는 상태였다.

아들이 없었던 김환기와 김향안은 생전에 양자(養子)를 뒀다. 양자 김화영씨는 과거 환기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김 씨로부터 촉발된 법적 다툼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진행중이다. 김 씨는 “아버지 그림을 임의로 내다 팔았다”며 미술관 관장을 횡령, 사문서 위조 등으로 고소했고, 이에 맞서 재단 이사회 측은 2009년 김 씨의 이사장직을 박탈했다. 김 씨는 즉각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을 냈지만, 2010년 법원이 “이사장 해임 사유가 정당하다”는 결론을 내며 일단락 됐다.

소송은 이어졌다. 김 씨는 어머니가 환기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130점 중 상속분 5점을 달라며 재단을 상대로 ‘동산인도 청구소송’을 냈고, 지난해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김 씨는 판결에 불복했고, 현재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