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총을 가지고 다람쥐, 토끼 여러 마리를 잡은 헨젤과 그레텔은 가족들과 겨울을 따듯하게 보낼 수 있었답니다”
미국 총기협회(NRA)가 신세대 총기 소비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홍보작업에 나섰다. NRA는 동화 ‘빨강 망토’에 이어 ‘헨젤과 그레텔’를 패러디해 “아이들이 총기사용법을 배우면 경제ㆍ안전 상 장점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을 장난감처럼 만든 ‘스마트폰 총’까지 출시됐다.
미국 블룸버그 리뷰는 29일(현지 시간) NRA가 아동 소비자 층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총기 미화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고정적인 소비자층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미국 백인 청소년 사이에서 총은 ‘멋’을 표현하는 수단이 된 지 오래다. 낮은 교육 수준의 백인 노동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미네소타와 텍사스 주 등에서는 학교마다 ‘사격 클럽’이 있을 만큼 총과 관련된 활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들에게 1400달러(약 162만 원) 짜리 총을 선물하기 위해 주를 돌아다녔다는 한 백인 여성은 블룸버그에 “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헬로키티 총’에서부터 ‘장식품 모양의 총’까지 총을 장식화한 상품들이 대량 소개됐다.
새롭게 출시된 스마트폰 모형의 총 역시 총기를 자랑하고 싶지만, 쉽게 내보일 수 없는 아동들을 노리고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IBT)는 지적했다. 지난 22일 뉴욕 시 브루클린의 중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장전된 총을 가지고 등교해 경찰에 구류됐다. 뉴욕 시의 브롱크스에서는 3주에 한 번씩 총기를 동반한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NRA와 총기업체의 주장대로 아동의 총기 사용이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시민단체인 ‘애브리 타운’ 집계에 따르면 2016년 미국에서 발생한 17세 미만 미성년자에 의한 총기 사고는 총 57건에 달한다.
지난 25일에는 11살 소녀가 집에 있던 총을 가지고 친구의 집 앞에서 놀다가 실수로 지나가는 여성의 가슴을 쏘는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영국 런던 경찰청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총기 사고와 관련한 미성년자 체포 건은 총 1549건에 달했다. 지난해보다는 20% 가량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10월 시판을 목표로 ‘스마트폰 총’을 출시한 크젤버그는 페이스북에서 1만 3000명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