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수습을 이유로 방미 일정 연기를 발표하자 ‘방미 일정은 예정대로’를 외치던 새누리당 김태호<왼쪽>ㆍ이인제 최고위원이 입장이 머쓱해지고 말았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ㆍ중진연석회에서 두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미뤄야한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을 한목소리로 반박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방미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당초 계획대로 방문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과잉 대응으로 국민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심을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靑 ‘방미 일정 연기’에 머쓱해진 김태호ㆍ이인제

이인제 최고위원은 “메르스 사태 때문에 대통령이 방미를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대단히 잘못된 주장”이라면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방미 일정을 취소하면 국익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 최고위원은 “얼마 전 일본 아베 총리가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서 한미일 외교축이 일본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 걱정했다”면서 “이번에 (방미를 계기로) 그 우려를 씻어내야, 건강한 균형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방미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군현 사무총장 역시 “야권 일각에서 방미 연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이분법적이고 국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발언을 하고 있다”며 방미 연기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에서) 예정대로 가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상당히 많이 나오고 있다”며 “그 뜻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집권 여당의 최고중진ㆍ연석회의가 끝난 지 불과 1시간여만에 청와대가 방미 일정 연기를 발표하자 새누리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두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군현 사무총장까지 방미 연기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한껏 목소리를 높인 터라 겸연쩍은 상황이 연출되고 만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ㆍ청 간에 방미 일정 연기에 대한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 어린 시선마저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이날 당 회의에 앞서 김 대표에게 ‘방미 일정 연기를 검토 중’이란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는 회의 시작 직전 최고위원ㆍ중진의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청와대가 방미 일정 연기를 검토 중’이란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가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김 대표에게 명확히 전달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예정대로 방미 일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마자 바로 연기를 발표하는 바람에 몇몇 최고위원 입장이 다소 겸연쩍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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