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보험업계내 착피아 및 감피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민ㆍ관 유착관계를 끊겠다며 정부가 관료출신 인사들을 피감기관의 주요 보직으로 내려 보내던 ‘낙하산 인사’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기존에 보직을 꿰차고 있던 금융당국 출신의 퇴임 인사들이 자리를 번갈아가며 주요 보직을 독식해 나가고 있다. 심지어감사원 출신들도 보험엄계내 상근감사직 등 주요 보직을 호심탐탐 노리고 있다. 정부가 감독당국과 피감기관과의 유착(?)을 끊겠다며 관피아, 금피아의 발목을 잡은 결과가 착피아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된 셈이다.
▶금피아 지고 ‘착피아’기승=보험업계에서 착피아에 대한 논란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은행보다 규모가 적고 대우가 낮은 보험권의 경우 그 동안 상근감사직을 비롯해 보험개발원, 생손보 양협회, 보험연수원 등 각 유관기관장 및 부회장직은 주로 금융당국의 퇴임 인사들이 차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세월호 사태의 여파로 공직자윤리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실질적으로 지난해부터 금융당국 퇴임 인사들이 금융회사로 이동할 수 없게 되자, 기존에 자리를 꿰차고 있던 금융당국의 퇴임 인사들이 잇따라 연임 또는 연임을 시도하는 등 착피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착피아란 유착과 마피아를 합친 신조어다. 금융당국 출신인사이나, 장기간 동안 피감기관에 머물면서 유착관계 가능성이 높은 인사들을 지목한다.
최근 보험업계내 착피아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강영구 메리츠화재 윤리지원실장이 도마위에 오른 상태다. 강 실장은 금융감독원 보험담당 부원장보를 거쳐 보험개발원장을 지냈다. 지난 2013년 7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신한생명 대표이사로 이동하려다 실패한 후 우리아비바생명 대표이사, ING생명 대표이사 등 끊임 없이 보험사 대표이사직에 도전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가 대규모 임원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상근감사까지 보직 해임되면서 윤리지원실장으로 전격 영입됐다.
강 실장은 휘문고 출신으로, 신제윤 현 금융위원장과 전 삼성화재 부사장 출신의 윤형모 현 메리츠금융지주 고문의 고교 선후배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메리츠화재는 노승방 감사 후임에 법무법인 김앤장에 근무하고 있는 금융감독원 출신 이 모 팀장을 영입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이후 휘문고 선배인 윤 고문이 고교동문인 신 위원장과의 관계 등을 감안해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 보험감독원(현 금융감독원) 팀장 출신인 안형준 현 동부화재 감사도 신 위원장이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처럼 산하·피감기관에 기존 금융당국 출신들이 재영입되고 있는데 대해 보험업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특히 금감원 재직시절 보험업계와 대립각을 세운 인물들이 퇴임 후 고액연봉을 받으며 상근감사로 이동하는 등 웃지 못할 광경도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감사 본연의 역할인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낙하산 인사 차단(?)...복마전(?)만 심화=보험업계내에서는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의 금융권내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퇴색된 채 기존 금융당국 출신 퇴임 인사들이 되레 이 틈을 타고 연임 또는 여러 보험사들을 돌아가며 주요 보직을 차지하는 행태가 연출되고 있다. 쉽게 말해 기존 금융당국 퇴임 인력들의 ’보직잔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를 비롯해 한화손보, LIG손보, 현대해상, 코리안리, 동부화재 등 대부분의 보험사의 상근감사직을 기존 금융당국 퇴임 인사들이 연임 또는 보험회사를 바꿔가면서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특히 조만간 일부보험사의 감사자리를 둘러싸고 복마전이 예상되고 있다.대표적인 곳이 코리안리와 현대해상, LIG손보다.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코리안리와 현대해상의 경우 금감원 국장출신의 최용수 감사와 나명현 감사의 3연임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 출신 및 기존 금융당국 퇴임 인사가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KB금융지주에 인수돼 올해 3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LIG손보 역시 박병명 감사의 연임 시도에 일부 인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피아와 금피아 인사 배제 원칙으로 금융회사 감사직에 새로운 인력이 진입을 못하게 되면서 기존 자리를 꿰차고 있던 금융당국 출신의 퇴임 인사들이 장기 집권하고 있다”며 “이 처럼 장기간 보험사로부터 높은 연봉, 고급차량 제공, 복지 지원 등 많은 혜택을 받으면서 오너 등 경영진을 상대로 과연 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나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