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소니코리아 등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한국에서 번 돈을 뭉치로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 대한 사회적 기여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는 유통법인들이 특히 그랬다.

16일 헤럴드경제 취재결과 소니코리아는 올 해 1029억원을 현금배당했다. 지난 해 순이익 81억5837만원의 12.5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 배당액은 이 기간 동안 소니코리아가 카메라 등을 팔아 한국에서 벌어들인 순이익 합계(977억원)보다 많다.

소니는 지난 해에도 한국내 유통법인인 소니서플라이체인솔루션스에서 271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2012년 순이익 16억원의 17배에 달하는 규모이며, 2008년 이후 5년치 순이익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법인은 지난 해 소니코리아에 합병됐다. 소니가 지난 해와 올 해 한국에서 가져간 배당금만 13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요꼬가와전기라는 일본기업도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대규모 배당으로 한국에서 돈을 빼가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성과에 대해 290억원, 2013년 성과에 대해 79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 회사의 순익은 2012년 139억원, 2013년 79억이다.

일본기업들 뿐 아니다. 외국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에서 번 돈을 한국에 쌓아두지 않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해 순이익 1154억원보다 174억원이나 초과하는 1328억원을 미국 본사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필립스전자도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순이익 139억원을 전액 네덜란드 본사에 송금했다. 영국계 담배회사 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BAT)와 미국계 직접판매 회사 한국암웨이 등도 매년 당기순익을 통째로 배당하고 있다. 한국바스프와 한국지멘스도 각각 순이익의 90.91%와 93.7%를 배당했다.

그런데 이들 외국계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미미하다.

소니코리아는 연매출 1조원을 넘나들지만 지난 해 기부금은 1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도 전년보다 6000만원 가까이 줄었다. 이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 2010년에 멎어있다. 연간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내는 한국IBM도 지난 해 기부금 지출을 전년보다 크게 늘렸지만 액수로는 2억4241만원 정도다. 담배수입사인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의 연간 기부금도 간신히 2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그나마 한국지멘스나 듀폰코리아 등은 국내에 공장이나 설비를 두면서 수 백, 수 천 억원의 자본투자를 해 간접적으로 국내 경제와고용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최소한의 자본만 투자해 엄청난 이익을 회수해 가는 법인들도 많다.

소니코리아의 당초 납입자본은 15억원, 그나마 지난 해 한국내 다른 관계사를 합병한 덕분에 87억원으로 늘어났다. BAT코리아의 납입자본은 겨우 5억6000만원이다. 6억원도 안되는 돈 한국에 투자해 매년 140억원 넘는 이익을 챙기는 꼴이다. BAT는 국내에 제조법인이 있지만, 이 회사 역시 당기순이익 거의 전부를 본사에 배당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배당 자체를 비난 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 수익을 거두면서 이를 한국 사회와 나누려는 노력도 기업이 해야할 역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