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자산가들의 연말 자산관리 3대 키워드

과세대상 체크 배당 포기·예금 해약 내년 증시 기대감에 지수형 ETF로 美 양적완화 축소 이슈 현실화 대비

# 강남 거주 고액 자산가 A 씨는 올 초 7만원대에 매수한 지역난방공사 주식 7000주를 지난달 9만원대 후반에서 매도했다. 지역난방공사가 매년 4~5%의 배당을 하지만 금융자산이 20억원인 A 씨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일찍 매도한 것이다. A 씨는 지역난방공사 주식투자로 벌어들인 매매 차익 2억원을 선진국 관련 상품에 넣었다. 미국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이후 신흥국보다 선진국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 코스닥 상장사 B 사의 대주주 C 씨는 최근 갖고 있던 지분 가운데 3분의 1가량을 처분했다. 올해 주식 양도 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가 하향되면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C 씨는 매도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에 넣고 자산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해 상담을 받고 있다. 증시가 불확실한 만큼 현금 비중을 높여 다음 투자를 기다리겠다는 전략이다.

연말을 맞아 고액 자산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증권사의 강남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자산가들의 연말 자산 관리 3대 키워드로 ‘절세’와 ‘지수’ ‘선진국’을 꼽았다.

수익보다 절세…종목보다 지수…신흥국보다 선진국

▶수익보다 절세=위의 사례처럼 고액 자산가들은 올해 자산 운용의 중점을 절세에 맞추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향조정됐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가는 금융소득에 포함되는 배당을 포기하거나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미리 해약, 금융소득과세 기준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주식 양도 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범위를 확대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한 자산가들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지분율 2%, 거래대금 50억원, 코스닥시장은 지분율 4%, 거래대금 40억원으로 각각 정해졌다.

이경민 KDB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센터 이사는 “자산가들이 연말로 접어들면서 자산 운용의 초점을 절세에 맞추고 있다”며 “증시 역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판단으로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보다 절세…종목보다 지수…신흥국보다 선진국

▶종목보다 지수상품=고액 자산가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데에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증시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박스권 장세에서 종목 투자로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의 돌발 악재도 자산가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이나 예금으로 방향을 선회하지는 않다. 내년 지수 전망이 좋은 만큼 지수 관련 상품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짙다. 고액 자산가들의 시선이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로 쏠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TF 설정액은 일주일 동안 717억원이 몰린 것을 비롯해 최근 한 달 동안 2374억원이 증가했다.

▶신흥국보다 선진국=자산가들은 최대 투자 변수로 꼽히는 미국 양적 완화 축소 이슈가 곧 현실화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양적 완화 축소에 나서게 되면 신흥국보다는 선진국 투자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선진국 펀드는 기대 수익도 높지만 리스크를 상당히 줄인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돼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선욱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지점장은 “양적 완화 축소는 그만큼 미국 시장의 회복을 의미하기에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주식 상승의 수혜를 누리려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