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대형 건설사에서 분양하는 브랜드 아파트가 불황에도 인기 상한가다. 세종시,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등에서 저렴한 분양가 등 ‘경제적’ 가치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브랜드’ 파워가 있는 아파트에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2일 금융결제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과 주요 택지지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가운데 순위내 청약에 마감하는 단지는 대부분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다. 실수요 중심의 분양시장에서 아파트 브랜드 가치는 퇴색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브랜드 단지에만 사람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지역이 세종시 분양 아파트다. 지난달 27일까지 청약접수를 받은 세종시 ‘대광 로제비앙’은 500가구 모집에 423명이 청약해 77가구가 미달됐다. 그마저 청약자 대부분(403명)이 청약통장 보유기간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3순위에 몰렸다. 일반적으로 3순위 청약에 사람이 몰리면 계약률이 크게 떨어진다.
그런데 이 아파트와 같은 지역(1-1생활권)에서 올 1월 분양한 세종 ‘호반 베르디움’은 608가구 모집에 1270명이 청약해 평균 2.0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2순위에 대부분 주택형이 마감됐고, 전용면적 59㎡형은 4.2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두 단지는 중소형 중심의 구성에다 분양가도 비슷했지만 청약성적이 크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현지 중개업소 및 전문가에 따르면 브랜드가 청약결과를 갈랐다는 해석이 많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호반 베르디움이 최근 수도권 사업에서 잇따라 성공하면서 현금 보유량이 많은 탄탄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게 사람이 몰린 이유”라고 해석했다.
위례신도시에서 지난달 26일 청약접수한 ‘래미안 위례신도시’는 ‘대박’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다. 368가구 모집에 1만110건이 접수돼 27.47대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날 청약접수를 받은 현대건설의 위례 힐스테이트도 580가구 모집에 6399건이나 청약해 평균 11.0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
하지만 앞서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위례 에코앤캐슬’과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는 다소 부진했다. 위례 에코앤캐슬은 1256가구 모집에 1355명이 청약에 모집인은 넘었지만, 미달되거나 3순위에서 겨우 모집인을 채운 주택형이 많았다. 위례 엠코타운 플로리체는 951가구 모집에 1546명이 청약해 꽤 선전했지만 3순위 청약자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같은 위례신도시지만 래미안과 힐스테이트는 성남에 있고, 에코앤캐슬과 엠코타운 플로리체는 하남에 위치한 게 청약 성적을 가른 주요 이유로 본다. 여기에 ‘브랜드’가 더 극적인 차이를 만든 원인이라고 해석한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같은 위례신도시에서 이정도로 청약결과가 차이가 난 것은 안정적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동탄2신도시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분양한 동탄2신도시 7개 단지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곳은 3월 분양한 ‘동탄역 더샵센트럴시티’로 810가구 모집에 4845명이 청약해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다. 반면 같은 3월 분양했던 ’이지더원‘, ’대원칸타빌‘, ’신안인스빌' 등 중견건설업체 브랜드 가운데는 대거 미달된 곳이 많아 비교됐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경제 위기 때 모든 영역에서 시장을 선도하는 몇몇 업체의 인기가 더 커지는 것처럼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라면서 “주택시장 침체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면서 브랜드 가치가 퇴색한다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왕이면 안정적으로 입주할 수 있고, 신뢰할 만한 브랜드의 건설사를 찾는 경향이 생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