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서 잇단 ‘벤처 성공신화’ 박상일 파크시스템스 사장…‘창조경제’향해 쓴소리
남이 하지 않는 걸 하는 게 혁신경제 벤처 성공위해 ‘특A급 인재’ 유인 절실 스톡옵션 관련 법 과감히 바꿔야 정부 ‘손톱 가시뽑기’는 단기처방 불과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을 넘나들며 벤처 창업 성공의 ‘2타석 2안타’를 친 인물. 새누리당이 지난해 서울 강남갑 지역에 전략 공천해 당을 일신하려던 움직임의 선두에 섰던 벤처 기업 최고경영자(CEO). 그 주인공인 박상일(55) 파크시스템스 사장이 ‘박근혜 노믹스’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쓴소리를 던졌다.
헤럴드경제와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낙점됐다가 돌연 미국으로 돌아간 김종훈 씨와 중량감 면에서 뒤지지 않는 박 사장의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 ‘특A급 인재’가 벤처로 가야=박상일 사장은 한ㆍ미 간 벤처 환경을 몸소 체험한 ‘현장 중심의 CEO’다.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1982년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원자현미경(AFM: 원자간의 상호 작용력을 측정해 시료표면의 형상을 알아내는 장치로 시료의 나노미터 단위 측정까지 가능) 상업화에 성공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신화’를 썼다. 한국에서도 같은 사업 아이템으로 1997년 창업해 연매출 180억원(지난해 기준)의 회사로 파크시스템스를 키웠다.
박 사장은 벤처 기업 성공의 열쇠는 ‘특A급 인재’를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 역시 창업을 결심하자) ‘학벌도 좋은데 왜 굳이 사업을 하냐’고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한국에서도 벤처가 성공하려면) 훌륭한 인재들이 벤처행을 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기업가 정신이 충만하다. 누구나 사업의 기회가 있으면 사업을 하려고 한다”며 “이 같은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손톱밑 가시 뽑기 방안은 단기처방, 정부부터 바뀌어야”=박 사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은 중소기업의 ‘손톱밑 가시 뽑기’ 방안은 ‘단기처방’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A급 인재’의 벤처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행 상법상 불합리하게 규정돼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스톡옵션은 ‘특 A급 인재’를 유인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일한 제도”라며 “하지만 현행 상법은 회사에서 스톡옵션을 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주식보상비용을 반영하게 돼 있고, 근로자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때는 근로소득세에 해당하는 돈까지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이 행사를 하지 않고 보유하다 주식이 상장되고 매각되면 행사해서 차익만 받으면 된다”며 “하지만 한국은 주식보상비용이 있고 해가 지날수록 누적된다. 이에 더해 행사하면 세금까지 내야 하는데 결국 스톡옵션을 주지 말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사장은 국가 지원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성공했을 때 내야 하는 기술료도 벤처 기업엔 부담이라고 했다. 현재 기업은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은 기술이 성공하면 수익창출 여부와 관계없이 금액의 10~20%(중소기업 기준) 가량을 지급해야 한다. 그는 “프로젝트가 성공했다고 해서 그 제품이 제대로 팔릴 것이냐는 별개의 문제”라며 “10개 개발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건 하나가 될까말까인데 회사는 기술료 지급으로 적자를 계속 봐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남이 안하는 새로운 걸 하는게 창조경제”=박 사장은 정부 고위관료조차 개념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남이 안 하는 새로운 걸 하는 게 창조경제”라며 “기존의 경제는 남들이 하는 걸 카피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물류를 쥐거나 부동산을 투기해서 돈을 버는 이권경제인데 이것과 반대되는 개념이 창조경제이고 혁신경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