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기자]시외ㆍ고속버스를 이용한 버스 택배가 장물거래ㆍ마약운반 등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고속버스 택배는 버스에 짐을 실어보내 도착지에서 다른 사람이 받아가는 구조로, 인적사항 기록 없이 수화물을 주고받아 신원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 전국 터미널에서 버스 택배영업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버스가 출발하기 직전 운수회사 직원들이 택배화물을 버스 짐칸에 싣고, 도착지에서 이 수하물을 찾으면 끝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고속버스 택배는 엄연히 불법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8조에 따르면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는 여객 운송에 덧붙여 우편물, 신문, 여객의 휴대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수화물을 운송해도 된다는 법적 조항이 없다. 이에 해당 지자체에서 단속을 하면 버스회사는 건당 과태료 180만원을 물어야 한다.
한 버스 운수업체 관계자는 “버스 택배는 운송시간이 다른 택배보다 빠르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택배영업을 통해 얻는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단속에 걸려 과태료를 물더라도 운수업체는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수업체는 보통 택배화물의 무게와 크기에 따라 6000원~1만5000원 정도의 운송비를 받는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고속버스 소화물 운송 매출을 14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버스택배는 범죄의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 17일 도난ㆍ분실 스마트폰 500여대를 사들여 중국으로 밀반출한 A(27) 씨 등 일당 3명 서울에서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국의 스마트폰 판매 희망자들로부터 고속버스 택배를 통해 장물을 건네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중순에는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해 필로폰 4g을 사고 판 B(42) 씨 등 3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B 씨가 해외에서 들여온 필로폰을 부산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택배로 부치고, 서울에 사는 중간판매책이 서울고속버스터미널로 나와 필로폰을 직접 받아간 뒤 이를 다시 되파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에 정부는 고속버스를 이용한 소규모 화물 운송영업행위을 합법화해 안전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지난해 7월 밝혔지만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불법이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고속버스 택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소(小)화물 운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현재 법제처 심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