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옥션·케이옥션 살펴보니
김창열 ‘물방울’ 경매 최고가 기록
이우환作 12점 낙찰...견조한 성적
경매스타 박서보 출품작 모두낙찰
윤형근·권영우·박수근 등 가세
단색작가 관심 커지며 시장 활황
“다음 블루칩은 누구냐”
시장의 움직임이 숨가쁘다. 김창열과 이우환을 찾는 열기는 여전히 뜨겁지만, 컬렉터들의 눈길은 이 두 작가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지난 27일과 28일 나란히 4월 경매를 마친 한국 양대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결과를 살펴보면 또 다른 블루칩에 대한 갈망을 읽을 수 있다.
▶여전히 인기 절정 김창열
‘물방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서울옥션에 출품된 김창열의 150호 크기 물방울 그림 ‘Gouttes d’eau A.1(1976)은 8억3000만원에 낙찰되며 이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어 1990년대 물방울(1998)이 3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90년대 작품이 3억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아니라 출품된 9점의 물방울 모두 새 주인을 찾았다. 이튿날 열린 케이옥션도 마찬가지였다. 총 12점 중 11점이 낙찰되며, 13억 700만원어치가 팔렸다. 나뭇잎에 물방울 한 점이 그려진 2호 소품 ‘물방울’은 600만원에 시작해 4100만원에 팔려 이번 경매 최다 경합을 기록했다. 한문을 배경으로 물방울이 그려진 회귀 SA05025 도 1억8000만원에 시작해 2억8500만원에 낙찰됐다. 1975년작 물방울도 2억 75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영원한 블루칩 이우환
검증된 인기작가인 이우환은 이번 경매에서도 탄탄한 결과를 보였다. 서울옥션은 2006년작 다이얼로그를 5억1000만원에, 1983년작 ‘선으로부터’는 3억8000만원에 낙찰시켰다. 케이옥션도 다이얼로그를 7억 4000만원에, ‘선으로부터’(1981)는 4억 6000만원에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추정가 15억~20억으로 이번 경매 최고가 기대를 받았던 ‘점으로부터’(1980)는 유찰됐지만 이우환 출품작 13점중 12점이 팔리며 견조한 성적을 보였다. 아트 딜러 A씨는 “이우환은 국내는 물론 세계시장에서도 검증된 작가다. 위작 논란이 있었던 초기시리즈를 제하고 ‘바람’시리즈나 ‘대화’, ‘조응’등은 작품가격이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며 “시장에서 명성을 얻고 인기가 높아짐에도 작품세계가 더욱 깊어지고 탄탄해지는 작가”라고 말했다.
▶최고가 기록 박서보
최근 경매의 스타는 박서보다. 서울옥션에 출품된 9점 모두 낙찰돼 낙찰총액 7억773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파스텔톤이 살짝 가미된 노란색 ‘묘법 No.070505’(2007)은 4억 3000만원에 낙찰되며 작가의 2000년 이후 근작 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앞서 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도 2011년 작 ‘묘법 No.111020’이 3억 500만원에 낙찰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케이옥션에서도 출품작 3점 모두 낙찰됐다.
▶다른 단색화 작가들까지 퍼지는 온기
김창열·이우환·박서보 이외의 단색화 작가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서울옥션은 “시장 호조세가 단색화 작가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가 두드러진 점이 눈에 띈다”며 “윤형근의 ‘Burnt Umber & Ultramarine Blue’(2002)가 1억 8000만원에 시작해 2억 70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또한 권영우의 ‘무제’(1987)는 8300만원에, 정창섭의 ‘묵고 No.95603’(1995)가 1250만원에 낙찰됐다.
케이옥션에서도 정상화의 작품 6점 중 5점이 새주인을 찾았다. 윤형근의 작품 3점, 하종현의 작품 4점은 낙찰률 100%를 기록했다. 2000년대 최강자였던 박수근의 작품도 경합했다. 여인과 아이들이 앉아있는 ‘노상’(1960년대)이 6억원, 종이에 연필로 그린 ‘세 여인’도 2600만원을 기록했다.
▶경매시장 활황은 당분간 지속
경매시장의 활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주식, 암호화폐 등 투자로 현금 유동성이 어느때보다 풍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술시장 관계자 B씨는 “미술작품을 처음 접하는 콜렉터들 일 수록 가장 문턱이 낮은 곳이 경매다. 원하는 작품을 돈만 있으면 바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계속 (이 시장으로) 몰릴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