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천안박물관 특별전 의관 정제의 예(禮) 완성하는 마무리 소품
[헤럴드경제=함영훈기자] 한국의 빗장이 풀려 국제교류가 본격화하던 20세기 초 한국에 온 서양인들이 낯선 문화 중에서 우리의 모자(帽子)에 주목해 써 놓은 글들이 제법 많다.
개항기 조선을 방문한 이방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분을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에 놀라면서 조선을 ‘모자의 나라’, ‘모자의 발명국’으로 불렀다.
영국의 선교사 길 모어는 “조선은 모자의 첨단을 걷는 나라”라고 썼고, 스코틀랜드 출신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조선 사람들은 대체로 소박하고 단순하지만 모자만큼은 예외적으로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기술했다. 엘리자베스 키스는 판화를 통해 우리의 다양한 모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프랑스 민속학자 샤를 바라가 한국 모자 문화를 경이롭게 평가한 이후, 그 나라 잡지에는 “공기와 빛이 알맞게 통하고 여러 용도에 따라 제작되는 조선의 모자 패션은 파리사람들이 꼭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쓰기도 했다. 모자에 관한한 유행과 예술의 본고장 파리를 능가한 것이다.
‘갓’ 만 해도 죽사(竹絲)로 엮은 진사립, 말총을 쓴 음양사립, 생초를 입혀 옻칠까지 한 음양립, 명주나 베를 입힌 포립, 말총으로 만든 고관들의 갓 마미립 등 10여종이나 있다. 신분과 계급, 혼인여부, 환경과 상황에 따라 각기 달리 모자를 쓴 것이다.
모자의 의미는 인의예지 중 예(禮)에 해당한다. 우리 선조들은 모자를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루 중 의관(衣冠)을 바르게 하는 일과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모자에 당대의 가치관과 상징적 의미를 담고, 때와 장소, 상황에 맞추어 각양각색의 모자를 착용했으며, 이를 정제(整齊)의 완성으로 삼아 예를 다하였다.
즉 선조들은 평상시에 이루어지는 의관정제(衣冠整齊)의 과정을 통해 삶의 태도를 존엄하게 하면서, 모자를 통해 자신들의 품격을 완성하고자 했다고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측은 설명했다.
민속박물관과 천안박물관은 오는 14일부터 8월 15일까지 천안박물관에서 ‘모자, 품격의 완성’ 공동기획전을 연다. 이 특별전에는 선조들의 의관정제(衣冠整齊)의 의미와 격식에 따라 사용한 ‘정자관’, ‘흑립’, ‘초립’, ‘지삿갓’, ‘풍차’, ‘추수 김제덕 초상화’ 등 모자 관련 유물 90여 점을 선보인다.
민속박물관이 지역 박물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K-museums 공동기획전’ 사업은 상호 협업을 통해 우수한 지역 문화를 발굴․소개함으로써 지역 발전의 활로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