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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氣UP 2019-박승 前 한국은행 총재 신년인터뷰] “이념적 경직성 탈피 실사구시 방향전환에 기대…‘노무현의 역설’ 재연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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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 주는 박승 前 총재의 조언

경제정책 진보는 우클릭, 보수는 좌클릭
실용주의로 가야 국민통합 이룰 수 있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맡아 경제정책 뼈대를 만드는데 기여한 바 있는 박승 전 총재는 최근 경제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데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지 1년이 넘었다”면서 “그동안 문 정부는 최저임금 문제에서 보듯 시장과 현장보다도 이념적 방향 때문에 다소 경직된 부분이 있었는데 최근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방향을 조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전 총재는 문 정부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정책이 너무 좌편향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중도층의 불만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례로 유성기업의 노조 폭력사태, 최저임금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통, 탄력근로제와 광주형 일자리 문제의 표류, 답보상태인 규제개혁과 혁신성장,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불참 등 경제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정책에서 성공하려면 진보 정부는 다소 우클릭하고 보수정부는 다소 좌클릭해 이념보다는 실용주의로 가야 한다”며 “그래야만 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이 이같은 방향으로 조정되고 있어 앞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언도 잊지 않았다. 박 전 총재는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역설을 답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철저한 친서민 정부였는데 카드채 사태로 경기가 침체되고 집값이 폭등해 결과적으로 서민들 보다 부유층이 더 혜택을 보게 됐다”면서 “배를 서민 쪽으로 저었는데 역풍에 밀려 부유층 쪽으로 가버린 이른바 ‘노무현의 역설’ 현상이 문재인 정부에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 정부의 현주소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창출,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의료보장 확대 등 서민을 위해 수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지금까지 그 성과는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역풍이 거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으려면 극좌 또는 극우세력과는 적절히 선을 긋고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공급확대 정책, 즉 기업투자 촉진책과 같이 써서 친서민ㆍ친기업의 시장친화적 방향으로 운용해 가야 한다”며 “당장은 모든 정책의 초점을 투자 증대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친서민ㆍ친기업의 시장친화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항상 경제는 균형을 중시해야 한다”며 “수요와 공급, 분배와 성장, 소비자와 생산자(기업)에서 어느 한쪽만을 위한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현 경제상황에 비춰 소비자와 분배에 비중을 더 두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다른 쪽도 균형있게 배려해야 한다”고 실사구시의 실용주의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진보정부로서 노동개혁에 성공한 사례로 독일의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와 브라질의 노동당 룰라 정부를 들기도 했다.

특히 “브라질 룰라 정권은 지지기반인 노동자 반대를 무릅쓰고 노조 기득권을 모두 제거해 해고를 용이하게 한 대신 저소득층과 노동자를 위한 연금, 실업수당, 생계보장 등을 대폭 확충해 집권기간 중 빈곤층 비율을 30%에서 19%로 내리고 채무국에서 채권국으로 만들었다”며 “룰라 대통령이 퇴임할 때 지지율은 87%였다”고 덧붙였다. 

천예선 기자/c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