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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당당’ 법조계…새해에도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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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3명·헌법재판관 2명 발탁
‘여성 고검장 1호’ 탄생은 무산
검찰내 비중 증가세…중용 눈길


박정화 대법관이 지난해 7월 취임식을 마친 뒤 박보영(왼쪽), 김소영(오른쪽) 대법관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보영 대법관은 2017년 12월, 김 대법관은 2018년 11월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언젠가 여러분이 전체 법관의 다수가 되고 남성 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 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2012년 전수안(66) 전 대법관은 이같은 말을 퇴임사로 남기고 대법원을 떠났다. 헌정 사상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었던 그는 지금도 ‘사단법인 올, 젠더와 법 연구소’ 대표를 맡아 성 평등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2018년은 보수적인 법조계 ‘유리천장’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 해로 평가할 수 있다.

대법원의 경우 박보영(57), 김소영(53) 두 대법관이 퇴임했지만 민유숙(53), 노정희(55) 대법관이 차례로 임명돼 박정화(53) 대법관과 함께 재직 중이다. 3명의 여성 대법관이 같이 재판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대법관은 법원 내 ‘젠더법연구회’ 회장 출신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도 유일한 여성이었던 이정미(56) 재판관이 퇴임한 뒤 곧바로 이선애(51), 이은애(52) 재판관이 들어왔다. 헌법재판소에 여성 재판관이 함께 일하는 것도 처음이다. 2019년 3월에도 조용호(63), 서기석(63) 재판관이 임기 만료로 퇴임할 예정이어서 여성 재판관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사상 첫 여성 검사장이었던 조희진(56) 서울동부지검장이 사임하면서 ‘여성 고검장 1호’는 나오지 못했다. 여성 검사장 명맥은 이영주(51)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 이어가고 있다.

여성 검사 비중은 점점 증가 추세다. 2123명의 검사 중 645명이 여성으로 30% 정도를 차지한다. 최근 5년간 임용된 검사 563명 중에서는 39%인 220명이 여성이었다. 아직 고위직 간부는 적지만, 남성이 독식했던 벽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이노공(49) 검사가 차장검사에 임용됐다. 이 차장은 노정연(51)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와 함께 향후 고위직 간부 인사에서 ‘3호 여성 검사장’ 후보군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시 남성들이 맡던 부장검사급 요직인 대검 수사지원과장과 법무부 공안기획과장에 김남순(45) 검사와 서인선(44) 검사가 각각 발탁됐고, 법무부 검찰과에도 처음으로 여성인 김윤선(42) 검사가 중용됐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와 국내 최대 지역 변호사 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9년에 새 회장을 뽑지만, 변협의 경우 이찬희(52) 변호사가 단독 출마했고 후보자 등록을 앞둔 서울지방변호사회 역시 남성 변호사들의 경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지역 변호사단체장에 여성이 이름을 올린 건 2018년 임선숙(52) 변호사가 광주지방변호사회장에 선출된 게 유일하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