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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임새 모르는 자선단체 꺼려져”…2030 ‘기부 크라우드 펀딩’ 나선다

기사입력

개인적인 관심사와 관련 펀딩 참여
스티커 등 ‘리워드’로 뿌듯함 더해


“내돈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겠고…. 굳이 자선단체에 기부할 필요있나요?”

연중 기부금 대목이라는 연말이지만 줄어드는 단체 기부로 ‘사랑의 열매’ 연말 모금액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자선단체를 통한 기부는 줄어드는 모양새지만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소액 펀딩 형태의 기부는 일상화 되고 있다.

직장인 이모(27) 씨 역시 최근 포항 지진 이재민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했다. 이 씨는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을 선호하는 이유로 내 돈의 쓰임새를 즉각 체감할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이 씨는 “자선단체를 통해 소액기부를 하면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몰라 꺼려진다”며 “개인적인 관심사와 관련된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고 ‘리워드’ 형태로 배지나 스티커 같은 작은 답례품까지 받는 게 뿌듯함이 더욱 크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젊은 층은 펀딩 모금액 목표가 구체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선호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는 펀딩 대다수가 몇백만원 단위의 구체적 모금액을 설정한다. 모금액 사용처, 지출 내역 등도 액수와 퍼센트로 명시한다. 단순히 ‘불우이웃 돕기’ 처럼 모호한 펀딩은 신뢰도가 떨어져 모금액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올라온 한 펀딩의 경우, 난방소외가구에게 선물할 초간편 난방텐트의 수량을 늘리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200만원을 모금한다는 구체적 목표가 설정돼 있다. 난방텐트 한 개의 단가부터 기부금으로 늘릴 수 있는 수량까지 정확하게 명시했다. 기부자들이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젊은 층의 기부 방식은 다양화하고 있지만 ‘사랑의 열매’나 구세군 같은 전통적인 자선단체의 올해 연말 모금 속도는 지난해만 못하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는 21일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약 82%에 머물렀다. 작년 모금액인 4051억원보다 1.3% 높은 목표를 설정했지만 달성 속도는 올해 더욱 더디다.

2000년 사랑의 온도탑이 처음 세워진 이후 목표치인 100도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2000년과 2010년 두번이 전부다.

구세군 역시 지난 11월 3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총 27억5천700여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5% 못 미치는 모금액이다.

자선단체 등을 통한 기부가 줄어든 이유로는 낮은 신뢰도가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설문조사기관 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전체 78.9%가 우리나라 기부 문화의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부금의 유용 및 횡령에 대한 우려가 기부 문화의 활성화를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8명이 ‘기부금 유용 및 횡령 뉴스를 접하면 선량하고, 정당한 기부까지 피해가 갈까봐 염려된다’(77.6%), ‘기부자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76.5%)라고 응답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