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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탐색]“사건 3일전 손주보신 아버지”…입주민에 폭행당해 숨진 경비원 아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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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 관련 자료사진. [연합뉴스]
아파트 경비초소에 붙은 부고 내용. [연합뉴스]

-21일 홍제동 ‘경비원 사망사건’ 첫 공판
-아들 “아버지 한맺힌 죽음”…엄벌 호소
-피고측 “살해 의도 없어…살인죄 아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아버지는 일흔이 넘는 연세에도 한 푼이라도 가족들에게 보탬이 되려고 경비일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관두시라고 말리지 못한 제가 너무나 후회스럽고 마음이 아픕니다.”

재판에 선 아들 A 씨는 울먹이며 말했다. 그는 지난 10월 29일 서대문구 홍제동의 아파트에서 만취한 입주자 최모(45) 씨에게 발길질을 당해 숨진 B(71) 씨의 아들이다.

21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에서 열린 첫 공판에는 A 씨와 최 씨가 자리했다. A 씨는 “사건 3일 전 내 둘째 아들이 태어나 아버지가 찾아와 기뻐하셨다”면서 “무분별한 행동으로 힘없고 선량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피고인에게 엄중한 판결을 선고해달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버지가 억울하지 않게 이런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최 씨는 사건 당일 오전 1시께 경비실을 찾아, 당시 근무하던 경비원 B 씨를 발로차고 폭행했다. B 씨는 폭행을 당하는 동안 경찰에 신고를 했고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최 씨는 계속해서 B 씨를 폭행했다.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동안에도 얼굴을 수차례 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도착한 것은 오전 3시 전후였다. 경찰은 경비 초소에 의식불명 상태로 쓰러져 있는 B 씨를 발견했다. 우선 B 씨를 병원에 옮긴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를 확인했고 집에서 자고 있던 최 씨를 오전 6시께 체포됐다. 병원에 옮겨진 B 씨는 ‘다발성 뇌출혈’ 진단과 함께 소생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최 씨가 B 씨를 폭행한 이유는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술에 취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최 씨는 이후 “A씨가 층간 소음 문제를 들어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당초 최씨는 중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살인 의도가 있었던 점이 인정돼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돼 기소됐고, B 씨가 숨져 공소장 혐의가 ‘살해’로 변경됐다.

최 씨는 이같은 부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재판장에서 호소했다. 최 씨 측 변호사는 “살해 고의는 부인하는 것이 취지”라는 입장을 냈다.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지만 살인죄 대신 중상해치사 등 다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A씨 자녀가 사건 나흘 뒤인 11월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씨를 엄벌해달라고 촉구하는 글을 올리며 알려졌다. 이 청원은 마감될 때까지 4만여 명이 참여하며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