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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7. 0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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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간 ‘거래의 언어’ 익혀둬야 경협도 가능…지금이 적기” 최재웅 변호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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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법인 바른 북한투자팀 최재웅 변호사 ‘북한투자 법제해설’ 발간
- 한국 기업은 SOCㆍ중국은 부동산에 관심
- “북한 법 조항 추상적…계약서 세세하게 작성해야”
- “중국ㆍ미국과 JV 설립해 ‘외국자본 모자’ 쓰고 투자도 가능”

최재웅 변호사 [제공=법무법인 바른]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최근 북한 변호사들이 중국 로펌에 대거 방문해서는 투자설명서를 나눠주고 관심있는 회사를 소개해달라 했다고 합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북한 변호사가 한명씩 보고 간 적은 있었지만 단체로 온 적은 없었습니다.”

최재웅(39)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분명 국내 기업들은 SOC(사회간접자본)에, 중국 기업들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다”며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기업들의 대북투자 관심이 높아지긴 했지만 제재가 이어지고 있어 아주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중국 기업들의 북한 투자 관련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최 변호사는 최근 중국을 통해 북한 투자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해 연구하고 있으며, 평창올림픽 이후 신설된 바른 ‘북한투자팀’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다.

최 변호사는 중국인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중국 현지 로펌 근무 경험이 있는 ‘중국통’이다.

사실 대북제재 해제까지는 요원하지만 국내외 자본이 북한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주요 그룹들도 대북투자TF를 꾸리고 관련 인력을 배치해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최 변호사 외 10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바른 북한투자팀은 최근 북한의 최신 투자유치 관련 법률을 풀이한 ‘북한투자 법제해설’(박영사)를 출간했다. 최 변호사가 연초 중국에서 입수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규집(대외경제부문)’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투자안내’ 등 북한의 실제 법규가 바탕이 됐다.

최 변호사는 북한 투자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초보 수준으로 구성된 북한 법률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법은 조항 하나에 절차 규정 등으로 세세한데, 북한 법은 상당히 짧습니다. 내용이 추상적이고, 언어도 구어체입니다.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미래의 투자를 희망하는 기업들에 “거래의 가장 기본인 계약서를 촘촘하게 쓸 것”을 당부했다.

그는 “법이 추상적이다보니 해석할 권한을 가진 기관이 어디인지 파악해 계약서에 명시하거나, 상위기관의 사인을 첨부하며, 최대한 상세하고 경우의 수를 많이 둬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거래의 언어’를 이해하는 일이라고 했다.

다년간 중국에서 동포 변호사들과 소통하며 똑같이 한국어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가 말하는 단어가 상대방이 쓰는 단어와 과연 같은 뜻인지 계속 생각해야했던 경험 때문이다. 그는 “제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꾸준한 민간교류를 통해 언어를 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근 북한 투자방식의 주목도가 ‘양자거래’에서 ‘다자거래’로 옮겨가고 있다고도 했다.

양국 간 거래에서 오는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러 나라를 거쳐 북한에 투자함으로써 더욱 이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과 우리나라, 혹은 미국과 우리나라가 JV(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중국이나 미국의 모자를 쓰고 북한에 투자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개성공단에 적용됐던 남북간 무관세 원칙 등의 최혜국 대우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변호사는 “그 동안 주변국에서 남북한의 적대 관계에서 평화를 목표로 무관세 원칙을 인정해줬지만, 정작 평화가 정착되면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며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통’인 최 변호사는 북한 개발에 대비한 중국의 준비가 놀라운 수준이라고도 증언했다.

그는 “3~4년 전과 현재 조중접경지역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중국은 도로를 4차선, 8차선으로 넓혀 놓고 필요하면 북한과 연결할 준비를 모두 완료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주변국의 기세에 한국의 경쟁력을 키울 발빠른 대응을 촉구했다.

최 변호사는 “북한 개방이 시작되면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투자를 시작할텐데, 그 때 한국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결국 언어”라며 “북한이 한국을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또 외국 회사들도 한국 기업이나 로펌을 통해 북한과의 거래를 택할 수 밖에 없도록 경쟁력을 키워 놓아야 한다”고 했다.

“북한을 실제로 상대하면서 근로자들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는 소문이 났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