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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6. 3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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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카풀 스타트업’ 막는 택시 카르텔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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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시연합회장 8선 연임 20년째 재직중인 박복규 씨

- 2006년 횡령·배임·정치자금법 위반 징역 1년

- 택시노조위원장 출신 문진국 자유한국당 20대 국회의원

- 문 의원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택시회사 대표들

- 박 회장·문 의원, 택시파업 주도하며 “카풀 결사반대”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카풀 스타트업과 택시업계의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택시업체 사장들의 모임과 택시노조, 그리고 자유한국당의 카르텔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택시회사 대표들은 카풀 스타트업을 막는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에 거액을 후원하고 있었다.

30일 헤럴드경제의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박복규<사진 오른쪽> 택시연합회 회장은 서울과 지방에 택시·버스회사 7개와 LPG가스회사 등을 소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1999년부터 20년째 택시연합회 회장(8선 연임)을 하고 있다.
박복규 한국경영자총협회 감사(사진 오른쪽)가 손경식 경총 회장과 지난 11월 7일 제180회 이사회를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열린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박 회장은 “카풀을 허용하면 택시는 사라진다. 법인과 개인, 노사가 하나 돼 끝까지 간다는 각오를 하면 기필코 저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자유한국당 측은 “여러분과 같은 택시노동자 출신인 문진국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반드시 그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택시4단체는 최근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집회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위원장 출신인 문 의원은 지난 1월 유상 카풀 등이 허용되는 출·퇴근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한정하고 토·일·공휴일은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택시업계가 바라는 방향이었다.

▶뿌리 깊은 택시업계 카르텔 = 문제는 박 회장과 문 의원 등 택시업계의 카르텔이 뿌리가 깊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택시노조와 국회의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해 구속된 전력이 있다. 이때 문 의원은 서울택시조합 이강덕 전 이사장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같이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부장 문용선) 재판부는 2005년 11월 박 회장이 노조위원장들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2500만원에서 5000만원 씩을 제공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회장은 연합회 자금 5800만원을 술값과 여행경비 등으로 사용하는 횡령 혐의와 함께 연합회 자금으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허태열에게 300만원을 송금하는 등 국회의원 및 17대 총선 후보자들에게 5400만원을 건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발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문 의원은 당시 전택노련 산하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전국택시노조 위원장 출신인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은 과거 서울택시조합 이사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 홈페이지]

문 의원은 이강덕 서울택시조합 이사장에게 각종 노사현안과 관련해 노조원들을 설득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울택시조합 등 사용자 측의 입장에 반대하지 말고 협조해 달라는 부정한 청탁과 함께 수차례에 걸쳐 총 1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벌금형이 선고됐으나 이후 20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4번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택시업계, 국회의원 후원도 적극적 = 문 의원은 택시업계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었다. 헤럴드경제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입수한 2017년 문 의원의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살펴보면 문충석 서울법인택시조합 이사장, 심재천 경기택시조합 이사장 겸 동일운수 대표, 박상윤 광성산업(택시) 대표, 안경수 동아교통 대표, 염영준 한성운수 대표, 이상길 세일운수 대표, 이정복 케이원택시 대표 등이 지난해 500만원을 문 의원에게 후원했다.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 2017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살펴보면 대부분 택시회사 대표 내지 택시노조 위원장 등인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진= 선거관리위원회]

특히 이 중 강신표 씨는 지난 2010년 전택노련 서울지역본부장으로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기도 했다. 비례대표로 서울시 시의원이 됐다. 강 씨는 문 의원의 뒤를 이어 전택노련 위원장으로 재직하며 현재 카풀 스타트업을 결사반대하는 집회를 이끌고 있다.

한편 박 회장은 경제 5단체 중 하나로 전국 4303개 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재산 및 업무를 감독하는 감사로 10년 가까이 재직 중<헤럴드경제 28일 보도 참고>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총 측은 “박 회장이 정기총회에서 감사 선임된 것으로 자세한 상황은 조금 더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전과자 등을 이사 선임에서 제외하는 사기업과 달리) 정관이 일부 허술한 부분이 있다. 정관을 바꿔 투명하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