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경험 ‘자신감’

당시 북미 모두 남한에 의존…韓 존재감 확대

북일도 물밑 접촉…외교공간 확보 최대 과제

트럼프 “김정은, 날 그리워할 것”…당선시 북미대화 추진 시사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대화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당선시 북미 대화를 재추진할 것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 차례 남북미 회동을 통해 ‘브로맨스’를 과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대화에 직접 나설 경우 한반도 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도록 외교적 존재감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18일(현지시간)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언론은 그것을 싫어했다. 어떻게 그와 잘 지낼 수 있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하고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하지만, 나는 그들과 잘 지냈으며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켰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은 다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백악관으로) 돌아가면 나는 그와 잘 지낼 것이다. 그 역시 내가 돌아오기를 바랄 것이고, 그가 나를 그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도 김 위원장을 거론한 데 이어 이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재차 언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복잡한 현 국제정세를 해결하겠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회담을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북미 간 대화는 재개되지 않았지만, 같은 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계기로 트위터로 러브콜을 보냈고 김 위원장이 이에 응답하면서 판문점에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당동이 성사되기도 했다.

이후 북미 대화가 진행되던 당시 참모들의 반대가 거셌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와 존 볼턴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에는 북미 대화에 대한 백악관 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추진하는 과정이 기술돼있다.

문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하노이 노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나중에 내게 후회하는 말을 하며 미안해했다”며 “자신은 수용할 생각이 있었는데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아주 강하게 반대했고, 그래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당신 생각은 어떻소 물어보니 폼페이오도 볼턴에게 동조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북미 대화는 ‘노딜’로 끝났지만 참모들의 반대에도 ‘톱다운’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세 차례 만났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대 외교 치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발언은 집권시 김 위원장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특히 당시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되던 만큼 양쪽 모두 한국 정부에 의존했고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존재감이 강화됐다. 북미 대화를 중재하며 2018년 4·27 1차 남북 정상회담, 같은 해 5·26 2차 남북 정상회담, 9월 남북 평양정상회담까지 세 차례의 남북 대화가 이어졌다.

다만 ‘경험치’가 쌓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시 북미 대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축소될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정세가 급변하며 북한은 ‘두 국가 체제’를 선언하고 남한과 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이러한 가운데 북일 간 물밑 접촉이 이어지고 있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존재감을 확대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