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가 4일 귀임한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대응을 위한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지만 사실상 차기 유력대선주자로 떠오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일본의 주요매체는 이날 일제히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문재인 후보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어, 귀임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내각이 “3일은 문 후보가 대통령 후보에 선출되는 날이라고 보고 대사귀임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일본 소식통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지난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기점으로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을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유력한 대선후보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비판적인 입장인 만큼, 일본의 입장을 설명하고 관계를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라도 대선 본선에 맞춰 대사 귀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닛케이와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아베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외무차관이 지난달 31일 이러한 (대사의 귀임)방침을 거의 확정했다”며 “총리 측근도 기자단에게 ‘대선일정과 후보자가 결정되는 시기로 타이밍을 노리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했다. 지지(時事)통신에 따르면 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현재 유력한 차기 정권은 일본에 보다 강경한 태도를 견지할 것”이라며 “차기정권이 발족할 때까지 귀임을 미루면 귀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교 소식통은 “위안부 합의에 비판적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당장 재협상을 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합의에 비판적이라는 것만으로도 일본이 우려할 만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외무상은 지난 2월 1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국내 사정을 이유로 지키지 않는 것은 한국 정부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후보의 대북정책도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을 앞당긴 요인으로 지목됐다. 닛케이와 도쿄(東京)신문 등은 “한국에서는 북한에 유화적인 혁신계 정권이 탄생할 기운이 강해지고 있다”며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위협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관계가 더이상 교착상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4일 오후 한국으로 귀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시다는 3일 기자들에게 “나가미네 대사가 황 대행에 직접 합의의 준수를 강력히 촉구해 차기정권에 계승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외교부는 “일본 외무성 측에서 나가미네와 황 대행과의 면담을 요구해오지 않았다”며 “요청이 온다면 나가미네 대사가 귀임한 뒤 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