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정경호2
(사진=매니지먼트 오름)
Cap 2018-07-25 10-45-25-465
(사진=OCN '라이프 온 마스')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손예지 기자]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중은 예술가를 바라볼 때, 그가 확고한 정체성을 갖되 한 곳에 정체(停滯)하지 않기를 바란다.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는 동시에, 변화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받아들이는 이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체 이 어려운 미션을 누가 수행할 수 있을까? 문득 한 배우가 떠오른다. 한 인터뷰에서 “연기 시작한 지 16년 됐는데 뭐만 하면 ‘재발견’이라는 기사가 뜬다”며 웃던 정경호다. 여기에 1년 더 추가됐다. 올해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거쳐 OCN ‘라이프 온 마스’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정경호. 어김없이 ‘재발견’되고 있다.‘라이프 온 마스’가 입소문을 제대로 탔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지난 12회 평균 시청률 4.8%를 기록하고, 최고 시청률 5.5%까지 치솟았다. 자체 최고 기록인데다 첫회 시청률 2.1%과 비교하면 무려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영국 BBC 동명 드라마를 각색한 ‘라이프 온 마스’는 복잡한 드라마다. 2018년의 형사 한태주(정경호)가 연쇄살인마를 쫓다 의문의 사고를 당하는데 눈 떠보니 시간은 1988년, 장소는 어릴 적 살았던 인성시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태주는 그곳에서 형사 강동철(박성웅)과 공조하며 연쇄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이야기의 기본 구조가 어려운 만큼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데 배우들의 연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정경호의 열연이 박수받는 이유다. ‘라이프 온 마스’에서 정경호는 태주, 그 자체다. 가끔 2018년에서 들려오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명을 들으며 괴로워 하는 모습, 기억 저 편에 숨어있던 어린 날의 자신과 가족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모습 등 결코 쉽지 않은 감정들을 탁월하게 소화한다. 태주가 느끼는 혼돈과 분노, 슬픔을 절절히 표현하는데 이것이 과하지 않다. 덕분에 시청자는 태주에게 보다 쉽게 공감하고 극에 몰입할 수 있다.

태주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2018년 연쇄살인마에 의해 약혼자(전혜빈)를 잃은 형사가 첫 번째 설정. 두 번째는 1988년에 강제소환된 청년이라는 설정이다. 그런데다 1988년의 사람들에게 태주는 ‘서울에서 인성시로 발령온 형사반장’인 상황. 이에 따라 정경호는 ‘라이프 온 마스’ 안에서도 여러 얼굴을 보여준다. 아버지 한충호(전석호)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뒤 아이처럼 우는 얼굴, 자신의 실수로 윤나영(고아성)이 납치되자 약혼자의 죽음을 떠올리며 “그때와 똑같지만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찾겠다”고 이를 악무는 얼굴 등이다. 한 작품 안에서도 끊임없이 변하는 정경호다.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정경호는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를 제외하면 드라마와 영화를 막론하고 쉼 없이 일했다. 그런데도 겹치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장르의 특성상 직업이나 일부 설정이 비슷한 경우는 있었으나 정경호는 각각의 캐릭터를 명확히 구분해 해석했다. 이를 테면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에서 연기한 인기 연예인 최윤과 영화 ‘롤러코스터’에서 맡은 한류스타 마준규, MBC ‘미씽나인’(2017) 속 마음만은 톱스타 서준오가 모두 달랐던 것처럼.다작 행보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정경호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 ‘라이프 온 마스’를 비롯한 MBC ‘개와 늑대의 시간’(2007) JTBC ‘무정도시’(2010) 등 장르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동시에 멜로와 로코에도 강하다. SBS ‘그대 웃어요’(2009)나 JTBC ‘순정에 반하다’(2015) MBC ‘한번 더 해피엔딩’(2016)에서 정경호는 저마다의 매력을 발산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이상형 자리를 꿰차왔다. 정경호는 작품 성격에 따라 어떤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배우다. 게다가 자신이 가진 성향의 일부를 캐릭터의 것으로 승화해 표현한다. 정경호 본인을 내세우는 대신 작품과 상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배우 정경호를 16년째 ‘재발견’하게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