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이 전술핵 훈련을 위해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적재하는 모습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러시아 국방부는 서방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 핵무기 훈련 1단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남부군관구에서 비전략 핵무기 준비·사용을 위한 실전 훈련 1단계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전술 또는 비전략 핵무기는 적의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략 무기보다는 덜 강력하지만 막대한 파괴력을 지닌다.

국방부는 이어 “현재 진행 중인 훈련은 서방 관리들의 도발적인 발언과 위협에 대응하고 러시아 영토와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전략 핵군의 병력과 차량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토프나도누에 본부를 둔 러시아 남부군관구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가까운 러시아 남부 지역을 비롯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으로 새로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지역과 크림반도를 관할한다. 다만 이번 훈련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진행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전술핵 훈련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훈련이 포함된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21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이 전술핵 훈련을 위해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Tu-22M3 폭격기에 탑재하는 모습 [AP]

국방부는 “남부군관구 미사일 편대 병력은 이스칸데르 전술미사일 시스템의 특별 탄약을 받고 발사대에 이 미사일을 장착 후 미사일 발사 준비를 위해 지정된 발사장으로 은밀히 기동하는 전투 임무를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특별 탄두를 장착해 순찰 지역으로 향하는 킨잘 미사일을 포함한 공중 수송 무기로 무장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전술핵무기 사용을 시험하기 위한 훈련을 준비할 것을 국방부에 명령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언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무기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될 수 있다고 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전승절 열병식에서 “우리의 전략군은 언제나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서방에 경고했다. 열병식 후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군이 전술핵무기 훈련을 위한 공동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당시 열병식에서는 이번 훈련에 동원된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 핵무기를 과시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전술핵무기 훈련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미사일의 러시아 영토 공격에 이용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방도 보복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