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저는 솔직히 아기들에게 명품 사주는 건 가성비나 합리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사줄)생각이 없었어요. 그제 놀이터에 나갔는데, 애들이 다 명품 패딩을 입고 있어요." (가수 겸 배우 이지혜, 유튜브 채널 '밉지않은 관종언니'에서)
이른바 '키즈 명품'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2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백화점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수입·명품 아동복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펜시와 지방시 등 명품 유아복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 껑충 뛰었다. 프리미엄 유모차와 욕조를 앞세우는 '부가부', '스토케' 등 유아용품 신장률도 25%를 찍었다.
고물가와 저성장 등 경제는 얼어붙고 있지만, 이처럼 '키즈 명품'은 그 직격탄을 피해가는 모습이다.
이는 저출산 기조 속 낳은 '귀한 아이'라면, 그 아이에게는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인식이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업체가 이른바 'VIB(Very Important Baby)' 심리를 잘 파고 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주부 임모(35) 씨는 "추가 출산 계획이 없는 만큼, 지금 당장은 하나 뿐인 아이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아이와 비교되면 안 된다는 불안감도 키즈 명품으로 눈을 돌리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5살 아이를 양육하는 최모(32) 씨는 "내 아이만 초라하게 보일까봐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그런 게(명품) 없으면 어디서든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지는 않을까하는 마음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등을 중심으로 버버리, 겐조, 펜디, 지방시 등 키즈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베이비 디올, 몽클레르 앙팡,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등 명품 아동복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판교점에 몽클레르 앙팡을 열고, 6월에는 베이비 디올 매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는 이어지고 있지만, 키즈 명품의 경우 그 흐름을 따라갈 분위기가 아직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가 이어지는 한 당분간 키즈 명품 시장은 괜찮은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